프랑스가 지명한 EU 집행위원 후보 낙마 위기

입력 2019-10-11 01:35   수정 2019-10-11 08:44

프랑스가 지명한 EU 집행위원 후보 낙마 위기
마크롱 지명 실비 굴라르, 상임위 인사청문회 통과 못 해
낙마 확정시 마크롱과 프랑스의 EU 내 위상 타격 불가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명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 후보가 유럽의회 상임위원회의 신임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 위기에 몰렸다.
부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마크롱 대통령의 EU에서의 위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의 EU 집행위원 후보 인준 관련 상임위원회는 이날 프랑스가 지명한 실비 굴라르 집행위원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끝에 인준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반대 82, 찬성 29, 기권 1로 부결했다.
이런 부결 조치는 유럽의회의 논의와 표결을 거쳐 최종 의결된다.
굴라르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 하에 EU의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후보로 지명됐다. EU의 방위산업과 우주 분야까지 감독하는 역할을 겸임하는 중책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굴라르가 낙마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EU에서의 위상에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굴라르가 유럽의회 상임위의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그를 둘러싼 공금유용 의혹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자신의 첫 국방장관으로 굴라르를 지명했지만, 그는 한 달 만에 장관직에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내려왔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와 정치연대를 맺었던 민주운동당(MoDem)이 자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보좌관들을 허위로 채용해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내각에 지명된 MoDem 인사들이 모두 사퇴했고 이때 굴라르도 함께 정부에서 나왔다.
굴라르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독일계 미국인 억만장자 니컬러스 베르그루엔이 설립한 싱크탱크인 베르그루엔 연구소에서 3년간 매달 1만 유로(1천300만원 상당)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EU의 관련 부서는 굴라르를 둘러싼 의혹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굴라르의 인준 부결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원한 때문이냐 아니면 속이 좁아서 그런 거냐"라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의 행정부 격인 기구로, 집행위는 EU 이사회에서 결정된 정책을 회원국이 제대로 실행하는가를 감독한다.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 될 독일 출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를 포함한 차기 집행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유럽의회 각 소관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격 여부를 평가받은 뒤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인준 투표를 거치게 된다.
유럽의회는 인준 투표에서 개별 집행위원 후보의 교체를 요구할 수는 없으며 전체 집행위원단에 대해 가부 여부만 밝힐 수 있다.
차기 EU 집행위원회는 인준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면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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