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 기자 300명 참석…10명씩 조짜서 질문하고 답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 스캔들'의 당사자이자 인기 코미디언 출신으로 화제가 됐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무려 12시간 넘게 '마라톤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직 기네스북 등의 공인을 받지는 못했으나, '세계에서 가장 긴 기자회견' 신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 측이 주장했다고 AFP,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도 키예프 중심가의 한 푸드코트에서 내외신 기자 약 300명이 자리한 가운데 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를 비롯해 러시아와의 관계,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이어지는 분리주의 반군과의 전투 등 각종 국내외 현안들에 대해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기자 10명씩 한 조를 꾸려 30분만 질의응답을 할 수 있게 하는 제한을 뒀지만, 인원이 워낙 많아 오전에 시작한 회견은 어느덧 해가 질 때까지도 이어졌다.
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상했는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대 강화주사'를 맞고 이번 회견에 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8시간여가 지나 해가 어둑해졌을 무렵, 대통령 언론담당 비서관이 우크라이나 국가기록원 관계자를 대동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세계 최장 기자회견보다 45분 더 긴 신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종전 최고 기록 보유자가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라면서도 신기록을 등록해 준 국가기록원 측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신기록 선언 이후에도 4시간여를 더 이어가 총 12시간이 넘도록 회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견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한 뒤 처음으로 열린 주요 기자회견이었다.
우크라이나 언론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장 기자회견 기록은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017년에 세운 '7시간 20분'이다.
또 지난 2013년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8시간 6분' 동안 TV 생중계로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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