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최대 제약 재벌가 출신 형제가 몰락을 거듭한 끝에 횡령 혐의로 체포됐다.
12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델리법원은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된 말빈데르 싱, 시빈데르 싱 형제에 대해 경찰이 나흘간 구금한 채 신문할 수 있도록 전날 허가했다.
싱 형제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기업 임원 3명과 함께 차례로 체포됐다.
싱 형제는 금융서비스 기업인 렐리가레에서 빌린 239억7천만루피(약 4천억원)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횡령, 사기, 범죄 모의 등 여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싱 형제가 빼돌린 돈을 그들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의 부채 등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도 채무 불능 상태에 빠졌고 렐리가레의 재무 상황도 악화했다.
싱 형제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때 인도 최대 제약회사 란박시 래버러토리즈를 운영한 가문 출신이지만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형제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군 란박시는 전염병과 당뇨병의 제네릭 의약품으로 엄청난 부를 일궜다.
제네릭은 신약의 특허 효력이 종료된 뒤 똑같은 성분으로 제조하는 저가 의약품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제네릭 의약품 시장으로 꼽힌다.
란박시는 부채가 늘어나면서 2008년 일본 제약사인 다이이치 산쿄에 팔렸다.
싱 형제는 46억달러(약 5조5천억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 일부를 부채를 갚는 데 활용했지만 이후 병원 체인 포르티스 및 렐리가레 설립 등 다른 사업을 확장하다가 심각한 자금난에 부닥쳤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포르티스와 렐리가레에서 쫓겨났다. 남은 기업 지분과 자산도 빚을 갚는데 털어 넣었다.
하지만 아직도 채무와 관련해 많은 소송이 벌어지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중에 형제는 서로 비난과 소송전을 벌이는 등 진흙탕 싸움까지 벌였다.
인도 경제지 비즈니스투데이는 다양한 사업으로 번창했던 기업 제국이 10년 만에 완전히 몰락한 경우는 인도 기업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