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권고 결정…伊 정치권 "미친 결정" 반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살인과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마피아 조직원에게 가석방을 인정하지 않는 이탈리아의 종신형 제도에 대해 개선 권고를 내려 이탈리아 내에서 강한 반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ECHR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서부 칼라브리아주에 근거지를 둔 마피아 '은드랑게타' 조직원 마르첼로 비올라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권고했다.
앞서 ECHR이 지난 6월 1심에서 이러한 권고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이탈리아 사법당국이 항소했지만 재차 똑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비올라는 여러 건의 살인, 절도, 납치 등의 혐의가 인정돼 1999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특히 그가 복역 중에도 지속해서 다른 조직원들과 접촉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종신형 규정에 따라 가석방 또는 감형을 원천 배제했다.
이에 ECHR이 범죄 수사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석방이나 감형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재소자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는 처사라는 취지로 제도 개선 권고를 한 것이다.
ECHR은 아울러 이탈리아 정부가 비올라의 재판 비용 6천유로(약 785만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ECHR이 문제 삼은 종신형 규정은 1980∼1990년대 마피아 조직원들이 자행한 잇따른 살해 사건 여파로 도입된 것이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마피아 조직원 출신 재소자는 범죄 재발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바깥세상과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게 도입 취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결정이 약 1천명의 이탈리아 재소자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20년 이상 복역한 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사법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살인 피해자 유족들은 '마피아에게 갖다 바친 선물"이라며 ECHR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소속 반(反) 마피아위원회의 니콜라 모라 의장은 "마피아 출신 재소자가 반성과 개선의 정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는 교도소에 있어도 여전히 마피아 조직의 일부"라며 "스트라스부르의 재판부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도 "한 가족과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면 그에 따른 벌을 달게 받아야 한다"며 "이들에게는 어떠한 자비나 조건부 자유도 허락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역시 "몇번째인지도 모를 ECHR의 미친 판결"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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