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에 제방 붕괴…물 잠긴 日마을 헬기·보트 구조 활동

입력 2019-10-13 12:06   수정 2019-10-13 14:39

초강력 태풍에 제방 붕괴…물 잠긴 日마을 헬기·보트 구조 활동
나가노현 호야쓰, 제방 붕괴로 마을 침수…도쿄 다마가와도 범람
지바에선 돌풍으로 차량 넘어지고 주택 뼈대만 남아…"해체작업처럼 보여"
日교통기관 대대적인 '계획 운행 중단'…서두른 대처에 피해 우려보다 작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초강력 태풍 '하기비스'가 밤새 휩쓸고 간 다음인 13일 이른 아침 일본 혼슈(本州) 중부 나가노(長野)현의 한 마을.
평범한 농촌 마을인 이곳은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호수처럼 변해버렸다.
하기비스, 일본 강타 '초토화'…1천만명 피난, 21명 사망ㆍ행불 / 연합뉴스 (Yonhapnews)
하천 양쪽을 연결하던 다리의 일부는 칼로 잘라낸 듯 떨어져 나갔고, 열차 정비 창고에 물이 들이차며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 열차 여러 대가 물에 잠겼다.
방재당국의 헬기가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는 가운데 물에 잠긴 주택의 위층에서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13일 오전 일본 공영방송 NHK의 헬기가 전하는 나가노현 호야쓰(穗保) 지구의 모습이다. 이곳은 이날 오전 6시께 인근 하천 시나노가와(千曲川)의 제방이 70m가량 붕괴되며 마을의 대부분이 침수됐다.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방재당국은 보트와 자위대의 헬기를 활용해 고립된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정확한 인명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이날 오전 7시 하천 양쪽을 연결하던 다리가 붕괴되며 차량 3대가 하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에 타고 있던 6명 중 3명은 행방불명 상태다.
비슷한 침수 상황은 후쿠시마(福島)현 가가미이시마치(鏡石町)에서도 있었다. 아부쿠마가와 하천의 제방 일부가 범람해 마을이 침수됐다.
NHK는 아부쿠마가와에서 1㎞ 떨어진 철도역 주변 도로에서는 도로 표지판의 기둥이 거의 물에 잠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태풍은 큰비를 동반한 것이 특징으로, 수도권과 도호쿠(東北) 지방이 피해를 입었다. NHK에 따르면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큰비가 1~2일 사이 쏟아졌다.
태풍의 영향으로 범람한 하천은 최소 36곳이나 됐다. 7곳의 댐에 대해 하류가 범람할 위험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긴급 방류가 실시됐다.


하천 범람은 도쿄도에서도 발생해 다마가와(多摩川) 하천이 도쿄도 세타가야(世田谷)구에서 범람이 발생했다. 도쿄 도심을 흐르는 하천 아라카와(荒川)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도쿄 에도가와(江戶川)구에서는 43만명에 대해 피난권고가 발표됐다.
하기비스는 주로 폭우로 큰 피해를 줬지만, 돌풍으로 차량을 전복시키는 일도 있었다.
전날 아침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서는 돌풍이 불어 차량 수대를 넘어뜨렸다. 이 중 1대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차량이 뒤집어지며 숨지기도 했다. 돌풍으로 20채 이상의 주택이 파손돼 일부 주택은 뼈대만 남기도 했다.
돌풍이 불 때 집 안에 머물었던 한 주민은 산케이신문에 "'쾅'이라는 커다란 소리가 나 창을 봤더니 하늘이 새까맸다"며 "돌풍이 지나간 뒤 집을 봤더니 해체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태풍을 앞두고는 일본 정부와 시민 등 사회 전체가 선제적으로 피해에 대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이 접근하기 사흘 전인 지난 9일 일찌감치 기자회견을 열어 주의를 환기했고, 철도와 항공, 지하철 등의 교통기관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운행 중단을 결정하는 '계획 운행 휴지(중단)'를 실시했다.
여기에 각종 마트와 식당들도 12일 영업을 멈췄고 기업들도 태풍이 오기 전에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런 까닭에 당초 우려했던 만큼의 대규모 인적·물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NHK에 따르면 하기비스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사망자 9명, 행방불명자 15명, 부상자가 126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런 식의 선제 대응은 이번 태풍이 주말에 들이닥친 까닭에 가능했다는 점도 있다. 또 필요 이상의 과도한 대응으로 오히려 혼란이 컸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태풍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태풍 전야'이던 지난 11일 도쿄의 대부분의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방재용품과 비상용 식량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으며 이로 인해 판매대가 텅 비어있는 사례가 많았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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