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장소서 동시다발적 기습시위 벌인 뒤 해산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경찰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플래시몹' 스타일의 새로운 시위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홍콩의 시위대가 지난 주말 홍콩 시내 전역에서 소규모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플래시몹 스타일의 시위 전략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홍콩의 시위대는 일요일인 13일 샤틴, 추엔완, 몽콕, 쿤통 등 홍콩 시내 10여곳에서 플래시몹을 연상케 하는,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플래시몹은 불특정 다수인이 휴대전화나 사회관계망(SNS) 등으로 연락을 취해 미리 정한 시간과 장소에 모여 행동을 한 뒤 곧바로 흩어지는, 일종의 '번개 모임'을 말한다.
시위대는 집에서 도보나 버스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곳에 머물다 미리 약속된 장소로 이동해 기습시위를 벌였다.
앞서 홍콩의 SNS에는 경찰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도심 18곳에서 일요일 오후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이자는 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위대의 새로운 시위 전략은 시위가 5개월째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시위대의 주요 이동 수단이자 시위 거점인 전철(MTR)이 홍콩 경찰의 주요 표적인 된 상황과 관련이 있다.
홍콩 경찰은 시위를 단속하고 시위대를 검거하기 위해 현재 페리 터미널과 전철역 주변에 인력을 대거 배치해 놓고 있다.
몽콕의 쇼핑가에서 복면을 쓴 채 시위에 나선 안나(21) 씨는 "10월부터 경찰이 전철역에서 거의 모든 사람을 검문하고 있다"면서 기습시위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크리스탈(21) 씨도 "경찰은 다수의 사람이 모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은 모든 전철역은 차단하고, 여러 차례 시위대를 체포했다. 경찰은 또 전철을 멈춰 세우고 검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요일 시위에서 시위대는 기습적으로 거리를 점거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곳곳에 스프레이를 뿌린 뒤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재빨리 몸을 숨겼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계 상업시설이나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점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물론 이날 시위에도 10여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지만, 체포된 인원은 평소보다 월등하게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플래시몹 스타일의 시위가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9일부터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에 반발하면서 시작된 홍콩의 시위사태는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법안 철회 선언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얼굴을 가린 채 시위를 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의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격렬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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