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실세, 젊은 층 인기 野 대표 직격…홍콩 사태에 경계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군부가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야당 대표 등을 겨냥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색깔론' 공세를 펼치자, 야당이 군부가 또다시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고 맞받아치면서 태국 정치권이 시끄럽다.
14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갈등은 군부 실세인 아피랏 콩솜퐁 육군참모총장의 지난주 안보 특강 발언에서 비롯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특강에서 일부 정치인들과 학자, 지식인들이 젊은 층을 조종해 홍콩과 같은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들이 공산주의자 사고를 가지고 태국 군주제를 전복시키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무대에 띄운 실루엣 사진을 통해 '불순 정치인' 이 타나톤 중룽르앙낏 퓨처포워드당 대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군부 강경파인 그는 특히 타나톤 대표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과 이달 초 홍콩의 한 연례 포럼에서 만난 것을 지적하면서 '체제 전복설'과 연계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홍콩의 거대한 민주화 시위를 목도하고 있는 태국 군부의 경계심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당시 두 사람이 만난 인증샷을 올리면서 "타나톤 대표를 만나 영광"이라며 "독재의 억압 아래에서 우리는 연대한다"고 적었다.
아피랏 육참총장은 이 때문에 특강에서 "조슈아 웡은 태국을 몇차례 방문했을 때 어떤 사람들을 만났나"라며 "그들의 만남은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나. 무슨 일을 꾸몄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야당 대표를 안보위협 세력으로 지목한 아피랏 육참총장 발언에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삐야붓 생까녹꾼 퓨처포워드당 사무총장은 군부가 다시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진보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면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피랏 육참총장의 발언은 군부가 권력을 행사하고 정치에 간섭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기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정부 지지도 하락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정부 내 누군가가 아피랏 육참총장에게 해당 발언을 하도록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게 이 논란을 조사할 정부 위원회를 구성해 정부가 군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쁘라윳 총리는 건설적인 정치를 촉구하면서 "누군가는 국가를 비판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해 아피랏 육참총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쁘라윳 총리는 육참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5월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쿠데타를 선언하고, 잉락 친나왓 정부를 축출한 뒤 집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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