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 교신 등 탐사취재로 확인"…"UN,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 추궁에 소극적"
구호단체 "병원 공습은 전쟁범죄…국제법정에서 책임 물어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올해 5월 시리아 북서부 반군 지역 병원 4곳을 공습한 주체가 러시아군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병원 공습은 전쟁범죄로, 국제 법정에서 단죄 대상이다.
유엔 인권 기구에 따르면 올해 4월 29일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州) 일대 의료시설은 54곳이 러시아군 또는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병원을 공습하는 것은 국제 전쟁규범에 어긋난다.
시리아내전에서 러시아군 또는 시리아군이 반군지역 병원을 의도적으로 공격한다는 고발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러시아는 항상 혐의를 부인했다.
혼란스러운 전선에서 공습의 주체를 확인하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NYT는 익명 조직으로부터 제공받은 러시아군 무선 교신 도청 내용, 공습 관찰기록, 공습 시간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올해 5월 5∼6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12시간에 걸쳐 러시아군이 나바드 알하야트 외상 전문병원 등 의료시설 4곳을 목표물로 공습작전을 단행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5월 5일 오후 2시32분께 러시아군의 지상 통제관이 전투기 조종사에게 나바드 알하야트 병원의 좌표를 무선으로 전달하는 교신 내용이 포착됐다.
2시 38분, 조종사는 목표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조준을 위해 좌표를 수정했다고 보고하자, 지상 통제관은 "스리 세븐"(777)이라고 응답하며 공격을 승인했다.
바로 이 시간에 반군 지역의 공습 감시단체는 나바드 알하야트 병원 지역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확인했다고 기록했다.
이 단체의 기록에는 2시 40분에 나바드 알하야트 병원이 공습을 당한 것으로 적혀있다.
같은 시각, 조종사는 "처리했다"고 교신했으며, 지역 활동가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조종사의 교신 몇초 후 병원의 지붕에 폭발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5시 30분에는 이들립의 카프르 나블 외상 전문병원 상공에서도 러시아 전투기가 목격됐고, 역시 "처리했다"는 조종사의 교신 내용도 포착됐다.
NYT는 이를 근거로 5월에 벌어진 병원 공습의 주체가 러시아군이라고 결론 내렸다.
러시아 정부는 NYT의 확인 요청에 직접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러시아군은 정확하게 조사한 목표물에 대해 정밀 공습을 단행한다"는 종전 답변으로 갈음했다.
유엔은 4개 병원이 공습을 당한 지 석달이 지나 8월에 조사에 착수했지만 내부 위원회를 통한 조사이며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거나 법적 책임성을 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러시아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으로, 유엔 산하 기구는 러시아 공군의 책임을 묻는 데 소극적이라고 NYT는 비판했다.
의사단체 '인권을 위한 의사들'의 수재너 서킨 대표는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 폭격과 의료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전쟁범죄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C)급에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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