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행사서 상영…"트럼프 얼굴 합성된 인물, 비판 언론·정치인 학살"
백악관 기자단 "영상 내용에 경악…대통령, 폭력 조장 영상 비판해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영상물이 또다시 증오·폭력 조장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영상은 측근들이 집결한 트럼프 지지 성향 단체 '어메리칸 프라이오리티'(American Priority·미국의 우선과제) 행사에서 공개됐다.
13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등장인물이 트럼프에 비판적인 언론의 로고나 정치인의 얼굴이 합성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발포, 살해하는 편집 영상이 상영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트럼프 아들 도널드 주니어와 전 백악관 대변인 새라 샌더스 등 최측근이 연단에 오른 행사로, 충성도 높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임으로 열렸다.
NYT는 한 참석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트럼프 얼굴이 합성된 등장인물은 줄무늬 검정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가짜뉴스 교회'라고 표시된 장소로 들어가 교인들을 향해 현란한 움직임으로 총기를 난사, 학살했다.
가짜뉴스 교회 신도들의 얼굴은 CNN, NPR, 폴리티코, 워싱턴포스트, NBC 등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 매체'라고 공격하는 언론과 소속 언론인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관할하는 애덤 시프 의원(민주), 밋 롬니 상원의원(공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 등의 모습으로 교체됐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인물과 언론사들이다.
심지어 같은 당의 고(故) 존 매케인 의원과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Black Life Matters)도 공격 대상으로 묘사됐다.
영상의 마지막은 트럼프 모습의 인물이 CNN 로고를 합성한 인물의 머리에 작대기를 쑤셔 넣는 장면으로 끝난다.
영상은 2014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킹스맨'의 교회 학살 신을 편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행사장에 있었던 도널드 주니어의 측근과 샌더스 전 대변인은 이 영상을 보지 못했다고 NYT에 답변했다.
백악관 출입 기자단(WHCA)은 영상에 충격을 나타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공유한 영상을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CNN 로고가 합성된 남성을 레슬링 링 밖에서 때려눕히는 것처럼 편집한 영상이나 '트럼프'라고 쓰인 기차가 CNN 로고를 합성한 남성을 들이받는 이미지를 트위터로 공유해 폭력을 선동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WHCA는 성명에서 "대통령 지지 집회가 개최한 정치 콘퍼런스에서 주말에 공개됐다고 보도된 영상에 경악했다"며 "모든 미국인은 언론인과 대통령의 정적을 겨냥한 폭력 묘사를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HCA는 또 "우리는 전에도 대통령의 표현이 폭력을 부추긴다고 대통령에게 말한 적 있다"면서 "이제 우리는 대통령과 그 행사 관련자 모두에게 그 영상을 비판하고, 이 사회에 폭력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확실히 밝히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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