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 아디제? 남티롤?'…伊 북부 자치주 지명 논란 다시 불붙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독일어 지명 남티롤) 지역에서 '알토 아디제'라는 이탈리아어 지명 사용을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해 이탈리아 중앙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탈리아어권 주민과 독일어권 주민 사이에 100년 가까이 지속한, 공식 언어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알토 아디제 자치주(州) 내 볼차노 시의회는 최근 찬성 24표, 반대 1표로 알토 아디제 대신 남티롤만 공식 지명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볼차노시에서는 이 법안이 관보에 게재된 하루 뒤부터 남티롤이라는 지명만 쓰이게 된다.
지명 변경은 헌법 조항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이라 자치주 차원에서 이를 법제화한다고 해서 곧바로 공인받지는 못한다.
이런 점을 잘 아는 볼차노 시의회의 이번 조처는 독일어 지명을 공식 인정해달라는 항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사안을 다시 헌법재판소로 가져가 다퉈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볼차노 시의회 고위 인사는 "이탈리아 중앙정부가 이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의 제기는 심각한 모욕이 될 것이며,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로 간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볼차노 시의회의 법안 의결을 사실상 '도발'로 보고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당한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 이탈리아(FI) 소속 미카엘라 비안코피오레 하원의원은 "이탈리아어 지명을 폐기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헌법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국가 시스템에 대한 모욕을 그냥 놔두는 것은 소수민족이 중앙정부를 통제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조처를 요구했다.
원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였던 알토 아디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로 병합됐고, 당시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끌던 파시스트 정권은 독일어 지명 사용을 금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이 지역을 자치주로 승인하면서 이탈리아어 지명과 함께 독일어 지명이 다시 쓰이게 됐으나 법적으로 공인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2년 자치 정부가 독일어 지명을 공식화하고 이탈리아어 지명은 인정하지 않는 법령을 도입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이는 결국 이탈리아에서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결정이 났고 오랜 줄다리기 끝에 올해 4월 최종적으로 법령이 폐지됐으나 이후에도 독일어권 주민들은 독일어 지명을 인정해달라는 항의를 지속해왔다.
알토 아디제는 오랜 기간 오스트리아의 영향력 아래 있었기에 전체 주민 52만 명 가운데 75%가 독일어를 사용하고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비율은 25% 정도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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