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케라스 카탈루냐 전 부수반, 징역 13년 받고 "강해져서 돌아와 승리할 것"
대법, 반역죄는 인정 안해…바르셀로나 도심·공항서 석방요구 시위 격화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을 추진했던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부에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판결이 나오자 바르셀로나 도심과 근교 국제공항 주위에서는 지도부의 석방을 요구하는 카탈루냐 주민들의 시위가 격화했다.
스페인 언론들에 따르면 대법원은 14일(현지 시간) 오리올 훈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에게 선동·공금유용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카르메 포카델 전 카탈루냐 자치의회 의장에게는 징역 11년 6월을 선고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당시 수반의 지도 하에 분리독립 추진에 참여한 전 자치정부 지도부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형량이 확정됐다.
스페인 검찰은 당초 훈케라스 전 부수반 등에게 선동과 공금유용은 물론, 국가에 대한 반역 혐의를 적용해 최고 25년형을 구형했지만, 대법원은 반역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훈케라스 등 11인은 지난 2017년 10월 1일 카탈루냐 지방에서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불법적으로 진행한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됐다.
스페인 정부는 당시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스페인 헌법재판소도 특정 지방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민족주의 진영은 주민투표가 정치적 '자결권' 행사라면서 강행했고, 독립 찬성 90%라는 결과(투표율 42%)를 바탕으로 2017년 10월 말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곧바로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고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일시 박탈, 직접 통치에 들어갔다. 이후 치러진 카탈루냐 총선에서는 분리독립 추진을 포기하지 않은 현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다시 출범했다.
징역 13년을 받은 훈케라스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더 강해져서 돌아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분리독립선포 직후 벨기에 브뤼셀에 도피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면서 "과거 그 어떤 때보다도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주도한 지도부에 중형이 선고되면서 카탈루냐 분리주의 진영과 스페인 정부 및 보수진영 사이의 긴장이 고조됐다.
카탈루냐 최대 민족주의 성향의 분리독립 단체인 카탈란국민회의(ANC)와 옴니움쿨투랄은 이날 판결 이후 카탈루냐 지방의 제1 도시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조직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시민들이 쏟아져나와 도심에서 행진하며 중형을 받은 카탈루냐 전 지도부에 대한 석방을 요구했다.
대학생 호안 구이치(19)는 AFP통신에 "오늘 판결 결과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분노와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시위대가 도로와 철로를 점거해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고, 스페인 제2의 공항인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서는 공항 내부로 진입하려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엘프라트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20편이 취소되고, 공항 주변의 교통도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탈루냐 지방의 주요 노동단체들도 스페인 정부에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오는 18일 벌일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카탈루냐 지방으로 전국의 경찰력을 속속 이동시켰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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