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측 결과 발표…"뒷 마당의 작은 외계행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계에서 관측된 두 번째 성간(星間·interstellar) 천체인 '보리소프'가 형태나 색깔 등이 태양계에서 생성된 혜성과 똑 닮아 다른 행성계도 태양계와 비슷할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 줬다.
폴란드 야기엘론스키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천문학자 미할 드라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라팔마섬에 있는 윌리엄 허셜 망원경과 하와이 마우나케아의 제미니 북부 망원경으로 포착한 보리소프 이미지를 처음으로 자세히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태양을 향해 접근 중인 보리소프가 반지름이 약 1㎞인 고체 핵을 갖고 있으며, 코마(coma)처럼 핵에서 방출되는 가스와 먼지로 된 구름 같은 구조가 둘러싸고 있다. 또 혜성 특유의 꼬리를 달고 있으며, 붉은색을 띠고 있다.
지난 2017년 태양계를 스쳐 지나간 첫 성간 천체 오무아무아(Oumuamua)가 정체가 불분명해 혜성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연구팀은 초기 관측을 통해 드러난 보리소프의 특징은 형태나 색, 크기 등에서 태양계 안에서 형성된 혜성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드라후스 박사는 "이는 오랫동안 예측해온 대로 별 사이의 공간에 혜성이 존재하며 태양계 안에서 알고 있던 것과 유사한 혜성이 다른 별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천문학자들은 별 사이의 공간(interstellar space)에 중력 섭동으로 원래 행성계에서 쫓겨나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과 혜성 등 작은 천체들이 있으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태양계를 지나가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오무아무아와 보리소프는 이런 예측을 입증하는 천체로 앞으로 더 많은 성간 천체가 관측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YNAPHOTO path='AKR20191015050400009_03_i.gif' id='AKR20191015050400009_0301' title='보리소프 혜성의 궤도 (왼쪽 점선)' caption='중앙은 태양과 그 주변을 도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바깥쪽의 천왕성과 해왕성 등 [NASA/JPL-Caltech 제공] '/>
드라후스 박사는 "1990년대 초 첫 외계행성이 발견된 이후 행성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전환기적인 순간이며, 천문학 전체로도 이정표와 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성간 천체는 오랫동안 찾아온 태양계와 다른 행성을 잇는 다리로, 우주의 우리 뒷마당에 들어온 작은 외계행성으로 간주하고 싶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같은 대학 천문학자 바츨라프 바니아크는 이번 연구결과가 보리소프 혜성에 대한 정밀관측의 서막에 불과할 뿐이라며 "앞으로 몇개월간 관측이 가능하며 이는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리소프 혜성은 12월 9일 태양 근일점에 통과해 태양계 밖으로 향하게 된다. 지구에는 12월 30일께 약 2억7천360만㎞까지 접근해 12월과 내년 1월에 남반구 하늘에서 가장 밝게 관측될 것으로 전망됐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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