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지도자, 美에 대책 촉구…마크롱, 트럼프·에르도안과 통화 "큰 인식 차"
트럼프, 되레 유럽·쿠르드에 '화살'…"IS 풀려날 수 있으니 유럽은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용인한 결과로 시리아 북부가 혼란에 빠져들자 유럽이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 재기를 우려하며, 이에 대처할 것을 미국에 촉구했다.
프랑스, 벨기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지난 몇 년 간 IS가 배후를 자처하는 테러 공격에 시달려 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와 터키군의 군사작전에 따라 IS 부활 위협이 증가했음을 지적하고, IS의 부활을 막아야 할 절대적인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도 통화를 했으나, 프랑스 대통령실은 "시리아 북동부에서 터키의 군사작전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두 정상이 심각한 이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른 유럽 지도자도 유럽에서 IS 위협이 커졌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고위대표는 "(IS가) 그 땅에서 숨통을 틔울 공간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며 "EU에 직접적인 안보위협"이라고 우려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그 일로 크게 걱정이 된다"고 했다.
IS의 테러를 자주 겪은 벨기에의 프레데릭 판 레이우 검찰총장은 이날 RTBF 방송에서 시리아 쿠르드 지역이 '통제불능' 상태이며, 억류시설에서 풀려난 벨기에 출신 IS 조직원과 추종자들이 귀국해 테러에 나설 수 있다고 염려했다.
레이우 검찰총장은 "(IS 점령지에서) 몰래 귀국한 자들이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테러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독일 의회의 노르베르트 뢰트겐 외교위원장은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로 쿠르드 동맹 부대를 좌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터키군의 침공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이 됐다"며 사태의 우선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뢰트겐 위원장은 이어 "그 결과로 미국의 신뢰도는 심각하게 손상했고 시리아 북부의 안정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터키군의 공격을 비판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며 무력함을 드러냈다.
차기 EU 외교·안보대표인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미군이 철수하지 않았다면 (터키군의) 이번 공격은 불가능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터키의 공격을 저지할) 마법의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탄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시리아 내 이동과 작전수행에 미군에 의존하는 처지다.
프랑스는 병력 철수 여부를 아직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시리아 북부에 있는 프랑스군과 민간인의 안보 보장대책을 '몇시간 안에'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올해 프랑스는 미군이 철수하면 프랑스군도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는 시리아, 이라크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전에 1천명의 병력을 파병 중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병력 철수에 관해 답변을 거부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IS 격퇴전 동맹국들이 "새로운 현실"에 직면해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며 회의 소집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되레 역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미국동부 현지시간) 트위터에 "유럽은 자국 출신 ISIS(IS의 옛 약칭) 조직원을 송환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 비용을 치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에 부담시키자'고 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쿠르드가 미국을 끌어들이려고 IS 조직원들을 좀 풀어줄지 모른다"면서 "터키나 출신지 유럽 국가들이 손쉽게 다시 억류할 수 있겠지만, 그러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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