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생산자물가 1.2% 하락, 소비자물가는 3% 급등…中당국 '진퇴양난'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 돼지고깃값 70% 폭등…장바구니 물가 초비상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중국이 디플레이션 구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추세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에 돼지고깃값이 작년보다 무려 70%나 폭등한 것을 비롯해 민생 안정과 직결된 핵심 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소비자 물가는 관리 범위를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물가 관리와 관련된 중국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동월보다 1.2% 하락했다.
9월 PPI 상승률은 2016년 7월(-1.7%)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중국의 월별 PPI 상승률은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등 경제 활력을 나타내는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로,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최근 나타난 PPI 부진은 중국 안팎의 수요 약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디플레이션은 보통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데 산업생산 감소,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앞서 중국에서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이 출현한 적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PPI가 3년여 만에 가장 가파르게 하락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침체한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이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PPI가 하락 추세인 것과 반대로, 일반 국민이 느끼는 물가 수준에 가까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급등하는 추세다.
9월 C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3.0% 높아졌다.
이 기간 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2.9%)와 전달(2.8%) 수치를 소폭 웃도는 것으로 2013년 10월(3.2%) 이후 근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CPI 상승률은 중국 정부가 연초 제시한 소비자물가관리 목표(3%)에 육박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민생 안정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CPI 상승은 공산품을 포함한 전반적 물가가 올랐다기보다는 서민 생활 안정에 직결되는 돼지고기 등 일부 식품 품목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9월 비식품 물가가 1.0%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식품류 물가는 11.2%나 급등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중국 정부가 비상 대처에 나선 돼지고기의 경우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69.3%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의 46.7%보다 20%포인트 이상 상승 폭이 커졌다.
소고기(18.8%), 양고기(15.9%), 계란(8.2%), 과일(7.7%), 수산품(2.9%) 등도 상승 폭이 컸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금리, 지급준비율, 공개시장 조작 등 정책 도구를 사용해 시중 유동성 공급을 조절해 물가의 지나친 하락이나 급등에 대응하곤 한다.
그런데 현재처럼 PPI와 CPI가 반대의 흐름을 보이면 정책 당국의 운신 폭이 좁아지게 된다. 산업 경기를 살리기 위해 유동성 공급 확대 등으로 부양책에 나설 경우 소비자물가 인상을 자극해 민생 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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