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몰아치는데 "노숙자는 안돼"…日 대피소 '문전박대' 논란

입력 2019-10-15 16:49  

태풍 몰아치는데 "노숙자는 안돼"…日 대피소 '문전박대' 논란
주소 없다며 거부…"태풍 부는 밤에 쫓아낸 인간성 문제" 비판 쇄도
도쿄에선 70대 노숙자 숨져…자민당 2인자 태풍 경시 발언도 논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초강력 태풍 하기비스가 몰아친 일본에서 태풍을 피하려던 노숙자가 대피소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1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東京) 다이토(台東)구는 하기비스가 수도권을 강타한 지난 12일 구립 초등학교에 차려진 대피소에 피난하려던 노숙자 2명의 입소를 거절했다.
다이토구에 따르면 대피소를 관리하던 직원은 노숙자들이 대피소에 들어가려 하자 주소와 이름을 적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노숙자들이 "주소가 없다"고 말하자 직원은 "구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그 이외의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주소가 없는 노숙자는 태풍 피해를 보아도 좋다는 것인가',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태풍이 치는 밤에 쫓아내는 인간성이 문제다' 는 등의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비판 여론은 이날 도쿄도 히노(日野)시의 다마가와(多摩川) 하천 부근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히노시 경찰은 전날 오후 노숙자로 보이는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태풍의 영향으로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숨진 남성의 시신은 상반신을 벗은 채 하천 주변 나무에 걸려 있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지역 주변에서 생활하던 70대 남성 노숙자의 것으로 보고 정확한 신원을 파악 중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각 대피소는 피난하는 모든 재난 피해자를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방재담당상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적절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으며,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피해를 본 모든 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확실히 대응하는 자세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태풍 하기비스는 12일 저녁~13일 새벽 수도권을 비롯한 동일본 지역을 강타하며 큰 피해를 줬다. NHK 집계에 따르면 이날 낮까지 6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15명이 행방불명 상태다. 부상자는 212명에 달한다.
아베 정권은 이번 태풍과 관련해 여당 자민당의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실언으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13일 태풍 피해 대응을 논의하는 자민당의 간부 회의에서 "예측에 비하면 그런대로 수습됐다고 느꼈다"고 말해 재해 상황을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논란이 뜨거워진 뒤에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아 비판이 더 커지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발언에 대해 "철회하고 말 것도 없다. 극히 큰 재해다"라고만 말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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