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시정연설, 야당 의원들 반발로 중단(종합)

입력 2019-10-16 19:49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시정연설, 야당 의원들 반발로 중단(종합)
시정연설 무산되자 미리 녹화한 연설 TV로 방영
홍콩 시민 71% "복면금지법 반대"…52%는 경찰 신뢰도에 '0점' 매겨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다섯달째를 맞은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계획했던 시정연설이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지난 2017년 3월 취임 후 세 번째 시정연설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정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야당 의원들은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그의 시정연설을 방해했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시정연설, 야당 의원들 반발로 중단 / 연합뉴스 (Yonhapnews)
일부 의원은 홍콩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가면을 얼굴 위에 쓰고 있었다.
이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캐리 람은 즉각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그의 시정연설을 방해했고, 결국 캐리 람 행정장관은 11시 20분 무렵 입법회 의사당을 떠났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 행정장관은 매년 입법회 가을 회기 때 시정연설을 하며, 시정연설을 통해 향후 1년 동안 홍콩을 이끌 주요 정책과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올해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다섯달째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 사태를 해결할 '빅뱅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됐다.
홍콩 정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입법회 시정연설이 무산되자 미리 녹화해둔 시정연설을 이날 오후 TV를 통해 내보냈다.
캐리 람 장관의 이날 시정연설은 홍콩의 심각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주택 공급과 부동산 안정 대책에 초점을 맞췄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의 요구사항 수용은 없어 야당의 강한 비판을 불렀다.
한편 명보가 홍콩 중문대학에 의뢰해 15세 이상 시민 7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4%는 복면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복면금지법이 시위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1.2%가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답했으며, 62.3%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답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폭력 사용에 대해서는 "경찰이 지나친 폭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시민들이 69.0%에 달해 "시위대가 지나친 폭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자(41.4%)보다 훨씬 높았다.
시위 사태 해소 방안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87.6%는 "경찰의 진압 과정을 조사할 독립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73.3%는 "캐리 람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 68.8%는 "경찰 조직을 대규모로 개편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말에는 51.5%가 '0점'(10점 만점)이라고 답했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 점수 평균은 2.6점이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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