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우주 초대질량블랙홀 미스터리 푸는 단서될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은하 중심에 자리 잡은 초대질량블랙홀(SMBH) 주변을 도넛 형태로 감싼 가스 원반의 안과 밖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 현상이 관측됐다.
이는 초기 우주에서 태양의 수십억배에 달하는 SMBH가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는 단서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에 따르면 이 천문대 소속 비올레테 임펠리제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구에서 약 4천700만광년 떨어진 고래자리 은하 'NGC 1068'에서 SMBH 주변 가스 원반이 서로 역방향으로 도는 것을 관측했다고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임펠리제리 박사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전파망원경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집합체(ALMA)'를 통해 NGC 1068의 블랙홀을 주변을 관측하다가 뜻밖의 성과를 얻어냈다.
NGC 1068은 '메시에(M) 77'로도 알려진 나선형 은하로, 중심부에는 가스와 먼지로 된 주변의 강착원반으로부터 물질을 활발하게 빨아들이는 SMBH인 '활동은하핵(AGN)'이 자리 잡고 있다.
연구팀은 2~4광년 사이에 있는 안쪽 원반은 은하와 같은 방향으로 도는 반면 4~22광년 사이에 형성돼 있는 바깥쪽 원반은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을 확인했다.
은하 중심에서 수천광년 떨어진 곳에서 다른 은하와의 충돌이나 상호작용 등으로 역방향으로 도는 현상이 관측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10광년 이내 비교적 짧은 범위에서는 특이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은하 내에서는 한쪽으로만 회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반의 일부가 자체 힘만으로는 방향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언가 회전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NGC 1068 은하에서 떨어져 나온 가스구름이 역방향 회전을 유발했거나, NGC 1068과 반대 방향으로 도는 은하가 주변을 지나다가 원반에 붙잡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바깥쪽 원반이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안쪽 원반을 돌고 있지만 수십만 년이 흘러 바깥쪽 원반이 안쪽 원반에 다가서면 가스 흐름 간에 충돌이 일어나며 불안정해져 원반이 붕괴하고 가스들이 SMBH로 끌려들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SMBH가 빅뱅이후 10억년밖에 안 되는 초기 우주에 이미 등장해 있었던 점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관측 결과가 SMBH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엄청난 질량을 갖게된 단서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설명했다. 가스 원반이 서로 역방향으로 회전할 때 흐름이 불안정해져 한쪽으로만 회전할 때보다 더 빨리 블랙홀로 흡수돼 블랙홀의 덩치를 급속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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