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쿠르드 침공으로 英 출신 IS조직원 수십명 풀려날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영국 정부가 시리아에 있는 자국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본국으로 송환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가 최근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시리아 북부지역을 침공하면서 쿠르드족이 관리해온 IS 조직원들 가운데 일부가 수용시설을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이날 영국 국적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을 본국에 데려와 처벌하도록 압력을 받을 수 있음을 도미니크 랍 외교장관이 시사했다고 전했다.
랍 외교장관은 터키의 공격으로 시리아 북부 지역에 혼란이 발생해 "IS 전사들을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송환하는 것을 반대해온 정책이 재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쿠르드족은 그동안 미국 주도의 IS 격퇴전 과정에 체포하거나 투항한 이른바 '외국인 전사'를 포함해 IS 조직원과 추종 세력 1만2천명을 별도 시설에 수용해 관리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유럽 국가들에 IS 가담자들을 데려가 처벌하라고 요구해왔지만, 유럽 국가들은 IS 조직원을 보복 테러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을 우려해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터키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자치 지역을 침공하면서 쿠르드족이 관리해온 약 1만2천명에 달하는 IS 조직원 및 추종 세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지난 13일 시리아 북부 지역에 있는 한 수용시설에서 IS 조직원의 가족 약 800명이 탈출했다.
이들 IS 조직원들이 수용시설에서 풀려날 경우 사실상 와해한 IS 조직이 재건돼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영국 보수당 의원들은 자국 출신 IS 전사나 추종 세력의 귀국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정책을 바꾸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터키가 쿠르드 지역을 침공하기 직전까지 쿠르드 관할 수용시설에는 수십명의 영국 출신 지하디스트가 수용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시리아 수용시설에서 탈출한 IS 조직원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방치하면 영국에 즉각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전 장관은 그러면서 랍 외교장관에게 "영국이나 유럽 출신인 이들(IS 조직원과 추종 세력)이 이 지역에 위험이 되도록 내버려 두기보다 이들을 받아들여 영국이나 유럽에서 처벌받도록 정책을 다시 고려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마크 하퍼 전 장관도 IS의 외국인 전사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되고 국내외에서 영국의 이익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면 영국이 현재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랍 외교장관은 "외국인 전사들이 영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그 지역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상황이 유동적이면 이런 것들을 모두 검토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미군이 시리아를 철수하면서 영국 출신의 악명높은 지하디스트 가운데 '비틀스 셀'에 속한 두 명만이 쿠르드족이 관리하는 수용시설에서 외부로 옮겨졌다. 이들은 현재 이라크에 수용돼 있고,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지난주 미군이 철수하면서 약 60명의 IS 요주의 인물을 이감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 최소한 5명의 IS 조직원이 수용시설을 탈출했고, 지난 13일 터키군의 공격 때 수백명의 IS 조직원 가족이 수용시설에서 도망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랍 외교장관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이 관할해온 아인 이사 수용시설에 수용돼 있다가 BBC 방송이 찾아낸 3명의 영국 출신 IS 고아에 대해 "그런 무고한 아이들이 십자포화 속에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지상 상황을 고려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다면 영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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