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대서양 통상마찰에 "국제무역 동맥경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서양 무역전쟁에 대한 심각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엔 산하 국제무역센터(ITC)의 아란차 곤살레스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EU가 관세전쟁을 벌인다면 글로벌 경제가 퇴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곤살레스 총장은 "바로 경기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모든 사태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계속 같은 구멍을 파고들어 가면 결국 대규모 경기침체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이어 EU에 통상공세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보복관세 승인을 받아 EU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오는 18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다.
곤살레스 총장은 주요 경제권의 통상마찰 때문에 지구촌 오지에 있는 기업들까지도 악영향을 받는 사태를 우려했다.
그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가 둔화한다"며 "불확실성은 국제경제의 동맥을 막는 콜레스테롤이며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덜 발전한 국가의 소규모 기업들이 이미 불확실성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며 작은 기업일수록 더 큰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곤살레스 총장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통상대결에 대해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궁핍한 바다로 이뤄진 전 세계에 떠 있는 부강한 섬들이 아니라 모든 부분이 함께 떠오르는 부강한 세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책임감이 있는 정책입안자, 책임감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기 나라가 부강하려면 세계가 부강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타격이 점점 선명해지는 가운데 대서양 무역전쟁까지 본격화할 위험에 직면한 상태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이 에어버스 보조금과 관련한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맞불 관세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EU는 올해 5월 2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 제품을 맞대응 표적으로 설정해놓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데니스 시어 제네바대표부 주재 미국 통상담당 대사는 지난 14일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WTO의 보복관세 승인이 확정되자 관세를 '전가의 보검'처럼 여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시어 대사는 보복조치가 실행되고 나면 EU가 보조금 지급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근절하는 데 진정성 있게 동의할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라고 밝혔다.
곤살레스 총장은 경험을 토대로 고려할 때 이 같은 접근법은 완전히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통상에 존재하는 주요 문제가 관세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근본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항공기 분야에서 모두가 서로 속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조금을 방지할 규정을 강화할 방식, 공정경쟁을 담보하는 방식을 찾아내려고 항공기 제조사들이 모두 테이블로 나와 머리를 맞대는 게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