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홍콩 시위 지지 '레넌 벽' 훼손한 중국 유학생 법정에

입력 2019-10-17 12:46  

대만서 홍콩 시위 지지 '레넌 벽' 훼손한 중국 유학생 법정에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지난 6월 초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백색테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의견이 나붙은 이른바 '레넌 벽'을 훼손한 중국 유학생이 법정에 섰다.
17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만 북부의 신주(新竹)에 위치한 칭화대 교내에 설치된 레넌 벽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 교환학생 류(劉)모 씨에 대한 1차 심리가 지난 16일 관할 법원에서 열렸다.
류씨는 그러나 재판 당일 법원에 갑자기 불출석 신고서를 내고, 재판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융슈(賴永岫) 칭화대 학생회장은 첫날 심리가 끝난 뒤 레넌 벽의 설치목적은 민주 수호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라면서 이번 훼손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인권, 자유, 민주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앞서 칭화대 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대학 내에 설치된 2개의 레넌 벽 중 하나를 우산을 쓴 한 여학생이 훼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학생회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수사 결과 류씨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류씨는 경찰 조사에서 레넌 벽에 붙어 있는 표어와 글의 내용이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자신의 입장과도 달라 화가 나서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 3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레넌 벽'의 게시물을 찢고 홍콩 출신 학생을 공격한 중국 본토 학생 등의 재입경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실제로 대만에서 '레넌 벽'을 훼손한 중국인을 강제 출경하기도 했다.


한편 도메인 등록지가 러시아로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인 홍콩해밀(香港解密)이 홍콩 시위를 지지했던 추이링(邱伊翎) 대만인권촉진회 비서장 등 대만인 8명을 폭도로 언급하며 그들의 사진, 생일, 성명, 직업, 여권 번호와 심지어 주소 등도 노출했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만 대륙위원회는 이 같은 사이트를 만들어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비열한 행위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jinbi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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