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비선 실세' 의혹 더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터키 반정부 인사 펫훌라흐 귈렌(78)의 추방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터키 출신 이슬람 성직자인 귈렌은 한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치적 뜻을 같이했지만 2013년 검찰의 부패 수사를 계기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정적이 됐다. 그는 1999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자진해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에 귈렌이 있다고 보면서 미국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귈렌의 추방을 요구해왔다.
귈렌은 터키 정부의 쿠데타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줄리아니가 매우 자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귈렌의 추방을 제안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자신이 '친구'인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귈렌을 넘겨줘서는 안 되는 이유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뉴욕 시장을 지낸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핵심 인물 중 한명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 뒤 우크라이나 측 인사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귈렌의 추방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는 의혹을 두고 그가 미국 정가에서 비선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한 또 다른 사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줄리아니는 귈렌 추방을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귈렌을 추방되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왜 거기에 연루되겠느냐"며 "전혀 사실이 아니고 나는 귈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과 관련해 그의 역할을 조사하기 위한 의회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외국인 의뢰인들을 위한 로비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줄리아니는 자신을 도운 우크라이나 출신 사업가의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50만 달러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이 사업가는 지난주 미국을 떠나려다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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