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30광년 밖 항성서 첫 확인…韓과학자 배재한 박사 공동저자 참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나 화성, 목성 등과 같은 행성들은 젊은 별 주변의 가스와 먼지로 원시행성 원반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원반의 흐름이 끊기는 틈(gap)으로 가스가 폭포수처럼 떨어지며 행성이 만들어지는 것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에 따르면 미시간대학 리처드 티그 박사와 카네기과학연구소 배재한 박사가 참여한 연구팀은 궁수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33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항성 HD 163296의 원시행성 원반 내 가스 흐름을 관측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집합체(ALMA)'의 고해상도 관측 자료를 활용해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
티그 박사는 지난해 앞선 연구에서 원시행성 원반의 가스 흐름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HD 1632963 원반에서 3개의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원시행성 원반 질량의 99%를 차지하는 가스 중에서 가장 밝은 일산화탄소(CO)가 독특한 밀리미터파를 방출하는데, 원반 내에서 이 가스 흐름의 속도를 측정해 국부적으로 장애가 생기는 곳에서 행성이 형성 중인 것을 파악한 것이다.
당시 연구에서는 가스 흐름을 한 방향으로만 파악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ALMA가 포착한 자세한 자료를 토대로 별 주변 회전하는 가스가 별로 다가서는지 아니면 반대로 멀어지는지, 그리고 원반 내에서 상승 또는 하강하는지 등을 처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원반 내 3곳에서 가스가 상층부에서 중간 부분으로 하강하는 것이 확인됐다.
원시행성 원반 표면의 가스가 이른바 '중간면(midplane)'으로 하강할 것이라는 점은 1990년대 말부터 이론으로 정립돼 있었으나 실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별을 도는 행성이 가스와 먼지를 밀어내 틈을 만들고 이 틈의 상층부에 있던 가스가 붕괴하면서 폭포수처럼 떨어져 원반 내 가스 흐름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설명했다.
이는 HD 163296 주변에서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가장 명백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별의 자기장이 가스 흐름을 방해하는 것일 수도 있어 100% 확신할 수는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배 박사는 "현재로서는 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것만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면서도 "가스 흐름의 형태가 독특하며 이는 행성만이 유발할 수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HD 163296을 도는 행성들은 각각 87 AU(1AU=약1억4천900만㎞·지구~태양 거리), 140 AU, 237 AU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앞선 연구 결과와도 일치했다. 별에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은 목성의 절반, 중간 행성은 목성급, 바깥쪽 행성은 목성의 두 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티그 박사는 "행성은 원시행성 원반의 중간면에서 만들어지는데 이곳은 차가운 곳으로 별의 복사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면서 "행성이 만든 틈이 화학적으로 더 활발한 원반 표면으로부터 뜨거운 가스를 가져와 행성의 대기를 구성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형성단계에 있는 행성을 찾는 데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대 가스행성이 대기를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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