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EU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어떤 점이 달라졌나

입력 2019-10-17 20:59   수정 2019-10-17 21:54

영-EU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어떤 점이 달라졌나
최대 현안 북아일랜드 관련 EU 상품규제 적용키로
영국 관세체계 따르되 EU 유입 우려 있는 상품은 EU 관세율 적용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은 테리사 메이 총리 당시인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 협상을 일단락했다.
구체적으로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 '이혼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에 합의한 데 이어,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 하원은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두 차례나 부결했다.
메이 총리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을 별도로 표결에 부쳤지만 역시 승인을 얻지 못했다.
EU 탈퇴협정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안전장치'(backstop)였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장치'는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하게 돼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계속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면 제3국과 자유로운 무역협정 체결이 제한돼 EU 탈퇴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메이 총리의 후임자인 보리스 존슨 현 총리는 지난 7월 말 취임 직후부터 브렉시트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특히 '안전장치' 폐지를 골자로 하는 브렉시트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는 영국 측이 기존 EU 탈퇴협정과 양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하면 검토할 의향이 있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이렇다 할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오는 31일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지난 2일 '안전장치'의 대안으로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두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안을 EU에 제시하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재협상에 들어갔다.
이에 따르면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종료 후에 북아일랜드는 영국 본토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는 탈퇴하되, 2025년까지 농식품 및 상품과 관련해서는 EU 단일시장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EU 단일시장 규제 적용 여부는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및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고, 4년마다 이를 계속 적용할지 여부 역시 북아일랜드가 결정하도록 했다.
EU는 그러나 북아일랜드는 계속 EU 관세동맹에 남아야 하며, EU 단일시장의 규제를 계속 적용받을지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방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EU가 영국 대안에 수용 의사를 나타내지 않자 존슨 총리는 다시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북아일랜드는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것이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해법'이다.
결국 영국과 EU는 EU 정상회의 당일인 이날 이같은 해법에 토대를 둔 합의에 도달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재협상 타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아일랜드와 관련해 크게 4개 부분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우선 북아일랜드가 EU의 상품규제를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규제 국경'이 생기게 된다.
둘째로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관세체계에 남아 영국의 미래 무역정책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북아일랜드는 계속해서 EU 단일시장에 진입하는 입구 역할을 하게 된다.
영국 당국은 북아일랜드로 수입되는 제3국 상품 중 EU 단일시장에 유입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영국의 관세율을 적용한다. 만약 이같은 상품이 EU 단일시장으로 건너갈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EU 관세체계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또다른 쟁점 중 하나였던 부가가치세(VAT)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EU 단일시장의 통합성을 유지하되 영국의 정당한 요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협정을 시행한 지 4년이 지나면 북아일랜드 의회가 계속 적용 여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과반이 찬성하면 협정을 계속 적용하게 된다.
다만 기존 영국의 제안 중 협정 효력 전에 북아일랜드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부분은 재협상 합의에서는 삭제됐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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