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 두목 아들 빼내려고 불타는 버스로 진입로 막고 기관총격까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에서 수감 중인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을 놓고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안당국과 구스만이 이끌던 범죄조직이 시내에서 격렬한 총격전을 벌였다고 A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지역 매체인 리오도세에 따르면 이날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에서 중무장한 괴한들이 트럭에 탄 채 시내를 돌며 캘리버 50 기관총 등으로 마구 총격을 가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이들이 탄 트럭 중 최소 한대 이상에는 기관총이 탑재돼 있었고, 알 수 없는 목표물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영상에는 놀란 시민들이 슈퍼마켓 복도에 숨는가 하면 일부는 몸을 숨길 곳을 찾아 달려가는 장면도 담겼다.
정부가 현장에 치안병력을 대거 배치했지만, 마약조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불을 붙인 차량을 도심 입구에 배치해 진입로를 차단하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경찰은 확인된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인 밀레니오가 공개한 2편의 영상에는 길거리에 사망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이 시간, 지역 교도소에선 20~30명의 수감자가 탈출했으며 일부는 곧 다시 붙잡혔다고 크리스토발 카스타네다 시날로아 치안 담당 국장이 밝혔다.
이에 당국은 거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으며 시날로아 지역 축구 클럽은 이날 예정됐던 경기를 취소했다.
이날 총격전의 주체는 구스만의 고향 시날로아를 근거지로 한 '시날로아 카르텔'이라는 마약조직으로, 구스만의 아들인 오비디오에 대한 당국의 체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멕시코 방송사인 텔레비사 등은 치안당국이 '엘차포' 구금 이후 다른 형제들과 함께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오비디오가 일상적인 검문 과정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은 오비디오가 체포되자 조직원들이 그를 빼내기 위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 치안 부대와 조직원 사이에 격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구스만이 2016년 체포된 이후 조직 승계를 두고 내부에서 다툼이 일어났으나, 현재는 이스마엘 '엘 마요' 삼바다와 오비디오를 포함해 '리틀 엘차포'로 알려진 구스만의 아들들이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오비디오 등 구스만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마약 유통 등의 혐의로 쫓고 있다.
오비디오가 당국에 계속 붙잡혀 있는 상태인지는 불분명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멕시코 치안당국이 총격전 이후 시민 보호를 위해 오비디오를 구금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CBS뉴스는 "알폰소 두라소 안보장관이 '작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오비디오가 체포됐는지 풀려났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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