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만 아들 체포작전, 마약조직과의 총격전으로 번져…8명 사망
멕시코 대통령 "전쟁 원치 않아…범죄인 체포보다 시민 목숨 더 중요"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멕시코 경찰이 마약 카르텔의 격렬한 총격 저항에 못 이겨 잡았던 '마약왕'의 아들을 곧바로 놓아줬다.
총격 과정에서 경찰과 민간인을 포함해 8명이 숨지고, 지역 교도소 수감자들이 무더기로 탈옥하는 등 도시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멕시코 국가방위대와 군이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에서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한 주택을 습격했다.
오비디오는 현재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 10여 명 중 하나로, 역시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 이날 작전은 오비디오를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35명 가량의 멕시코 군경은 습격한 주택 안에서 오비디오 등 4명을 붙잡았으나 곧 이어 더 많은 카르텔 조직원들이 몰려와 경찰을 향해 총을 쏘며 격렬히 저항했다.
군과 경찰은 결국 비상 안보 각료회의의 결정에 따라 오비디오를 풀어주고 후퇴하기로 했다.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오비디오) 구스만 없이 집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쿨리아칸에서 더 이상의 폭력을 피하고 경찰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당국은 다만 오비디오를 정식으로 체포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오비디오 체포 작전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쿨리아칸 시내엔 여러 시간 동안 전쟁터를 방불케할 총격전이 펼쳐졌다.
쿨리아칸이 있는 시날로아주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이끌던 악명 높은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근거지다. 구스만 체포 후 오비디오 등이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매체들에 따르면 군경이 오비디오 체포에 나서자 중무장한 괴한들이 트럭을 타고 시내를 돌며 캘리버 50 기관총 등으로 마구 총격을 가했다.
총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혼비백산해 달려가며 몸을 숨기는 영상 등도 속속 공개됐다.
카르텔 조직원들은 불을 붙인 차량을 도심 입구에 배치해 진입로를 차단하면서 경찰의 진압을 어렵게 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 지역 교도소에서 50여 명의 수감자가 탈출하기도 했다.
멕시코 당국은 이중 6명을 다시 붙잡았으나 49명이 여전히 붙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쿨리아칸이 극심한 혼돈 상태가 되면서 전날 예정된 지역 축구클럽의 경기가 취소되고, 이날 휴교령도 내려졌다.
멕시코 당국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총격으로 카르텔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 5명과 국가방위대 대원 1명, 민간인 1명, 수감자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은 1명도 없다.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멕시코 국방장관은 오비디오 체포 작전이 "성급했다"고 시인했다. 안보 각료들은 이 작전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그러나 오비디오를 풀어주고 후퇴하기로 한 결정이 잘한 것이었다고 지지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범죄인 1명을 잡는 것보다 시민의 목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불에 불로 맞서지 않는" 현 정부의 치안 전략이 올바른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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