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도로 곳곳 점거시위…'자유의 행진' 바르셀로나 집결해 대규모 집회
동맹휴업 학생들과 총파업 노동자들도 집회 합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계적 관광명소인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이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18일 폐쇄됐다.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전(前) 지도부 9명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한 이후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방 곳곳에서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과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장외집회와 점거시위가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일대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날 바르셀로나의 최고 명소인 성가족 대성당은 카탈루냐기 '에스텔라다'를 들고 스페인 대법원과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어 출입구를 막으면서 폐쇄됐다. 성당 측은 시위대의 봉쇄 이후 트위터에 시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성당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당의 폐쇄 조치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당분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오페라극장도 이날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장외집회가 예정됨에 따라 저녁 공연을 취소했다.
바르셀로나 외곽 스페인 제2의 국제공항인 엘프라트 공항도 시위대의 점거 농성이 이어지면서 이날 항공편 55편의 운항이 취소됐고, 카탈루냐 지방과 프랑스 남서부를 잇는 고속도로도 점거 시위로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카탈루냐 지방에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운동은 지금까지 대체로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왔지만, 지난 14일 스페인 대법원이 2년 전 분리독립 추진을 이끈 자치정부의 전 지도부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민심은 격렬히 요동치고 있다.
사흘 전 카탈루냐 주요 도시 5곳에서 대법원 판결에 항의해 조직된 '자유의 행진' 시위대가 이날 속속 바르셀로나에 당도해 합류하면서 바르셀로나에서는 대규모 장외 집회가 도심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동맹휴업을 조직한 대학생 수천 명도 바르셀로나에서 도심 행진을 하면서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정치범들을 즉각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총파업에 나선 카탈루냐 지방의 노동자들도 스페인 정부와 사법당국을 규탄하면서 장외집회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요동치는 민심은 축구 경기 스케줄에도 영향을 줬다.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의 시즌 첫 맞대결은 당초 오는 26일 바르셀로나의 누 캄프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분리주의 진영이 경기장 앞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함에 따라 일정을 전격 취소됐다. 두 클럽과 스페인 축구협회는 다른 날짜와 장소를 놓고 조율 중이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밤사이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 곳곳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총 42명이 다치고 11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14일 대법원 판결이후 카탈루냐에서 100명 이상을 연행했다.
바르셀로나 곳곳에서는 차량과 거리의 쓰레기통 방화, 상점 약탈도 일어나고 있다.
분리주의 성향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측도 시위가 격화하는 상황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미구엘 부시 내무장관은 "폭력적인 범법 행위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그런 폭력은 분리독립 운동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