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형기 끝나는 살인 용의자, 행정장관에 '대만 가게 도와달라' 서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시위 촉발의 배경이 됐던 살인 용의자가 대만에 가 자수하기로 했다.
19일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홍콩인 찬퉁카이(陳同佳·20)는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출소 후 대만에 가 자수하겠다면서 관련 수속을 밟는 데 협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밤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찬퉁카이는 작년 2월 여자친구와 대만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여자친구 시신을 대만에 두고 혼자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홍콩에서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혐의로만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해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벌어진 사건을 수사해 기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형기 만료로 오는 23일 석방될 예정이다.
홍콩 경찰은 대만 경찰에 서한을 보내 찬퉁카이의 자수 의사를 전하면서 송환을 위한 관련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대만에 찬퉁카이를 넘겨 살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송환법 추진을 강행했다.
송환법은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송환법이 통과되면 온갖 범죄 혐의를 구실로 삼아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인을 체포할 길이 열려 사실상 홍콩의 사법 자치권이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밀려 홍콩 정부가 송환법 철폐를 선언했지만 이제 시민들의 요구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비롯한 전면적인 민주화 요구로 확대되면서 홍콩 정부와 시위대의 대립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찬퉁카이가 스스로 대만으로 가 자신의 죗값을 치르겠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그를 대만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송환법 추진을 강행했다가 역풍을 맞은 홍콩 정부가 머쓱한 처지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