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탠퍼드대서 한일갈등 토론회…미국 중재 역할 주문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적극적 중재가 있었다면 한일 갈등이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이날 미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 벡텔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위기의 한일:불확실한 세계 속 점증하는 마찰'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한일) 양쪽이 순전히 정치적 목적, 국내 인기를 위해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하고 있다"며 "국가적 우려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지역에서 가져온 삼자 간 안보 동맹이 침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탈퇴를 고려하고 있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만 있었다면 이를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윤 전 대표는 "이는 미국 행정부 내부 상황과 무엇보다 깊이 관련돼 있다"며 "지난 몇 년간 동맹 관계에 헌신하지 않은 그들의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부재에서는 문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가 모두 원하는 것을 할 자유재량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이(한일 갈등)는 강력한 프레임워크와 미국의 중재 없이는 관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패널인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는 "1965년 한일협정 이후 한일 간 6∼7차례 정도 위기가 있었지만 깊이나 심각함을 놓고 볼 때 현재의 위기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일종의 '다중 복합 균열'이라고 규정하며 "이는 이 위기에 대한 처방이 내리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현재 한일 갈등의 특징으로 감정적 대응의 증가, 역사 관련 이슈의 부활과 한일 간 공수의 전환, 상호 불신의 심화 등을 꼽으면서 "악순환이 '뉴 노멀'로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일(反日) 감정과 반한(反韓) 감정 같은 여론이 양국의 쌍무적 관계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양국 관계 정상화 이후 일종의 방화벽이 있어 외교 마찰이 경제나 안보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했는데 일본의 수출 규제 도입 이후 이것이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다나카 히토시 전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은 양국 관계가 악화한 원인으로 서로에게 상대국의 중요성이 감소했다는 점을 꼽았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과거 한국은 일본과 기업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국이 무역 상대로서 부상하자 일본이 경제 파트너로서 중요성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일본인의 눈에도 중국이 중요해졌고, 전후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또 딸과의 대화를 예로 들며 "임진왜란 등을 포함해 우리가 과거 한국에 한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더니 한국이 정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지배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역사 문제 때문에 망치기에는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는 너무 중요하다"며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를 중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부학장은 "과거 한일 갈등 때도 안보와 기업 커뮤니티는 안정적이었는데 아주 위험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며 "경제적 민족주의로 인해 성지로 여겨졌던 곳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석영 전 주제네바 유엔대사는 최근 한일 갈등에 대해 "역사적·정치적 긴장이 경제 분야로 흘러넘친 상황"이라며 "법률적·기술적 접근은 내재적으로 정치적이기 때문에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신뢰 구축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이미 내놓은 조치들을 동시에 철회하고, 미국은 친절한 촉진자로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전 대사는 "미국은 이번 갈등의 초기 단계에 그 함의나 영향력을 오판했을 수 있다"며 "이 사안은 미국의 이해도 걸린 사안으로 중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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