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 3년간 행정명령 트럼프 130건, 오바마 108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남용을 공개 비판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뒤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더 자주 행정명령을 남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월 취임 후 지금까지 모두 130건의 행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가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3년간 행정명령 건수 108건을 추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주 동안에만 건강보험, 정부 투명성, 연방정부 지출, 터키 관리들에 대한 제재 등 5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여러 차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잦은 행정명령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트럼프는 지난 2012년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는 왜 심각한 권력 장악 행위인 행정명령을 끊임없이 내리는가?"라는 글을 올렸고, 대권에 도전하던 2016년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는 "미국은 행정명령을 토대로 세워진 나라가 아니다. 지금 오바마는 자주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그건 근본적인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행정명령에 많이 의존하는 것은 의회 입법 절차보다 행정 조치가 더욱 쉽고 만족스럽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앤드루 루데일비지 미 보든대 교수는 AP에 "대부분의 (대선)후보는 선거를 하는 동안에는 행정 조치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모른다"며 "대통령이 되고 나면 정부에서 일을 끝마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빠르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연설을 하고, 참석한 정부 인사들과 수혜자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카메라 앞에서 명령서를 들어보이는 등의 화려한 행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루데일비지 교수는 설명했다.
사실 트럼프나 오바마 이전에도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행정명령 권한을 사용한 사례는 많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중 미국내 일본계, 독일계, 이탈리아계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수용소를 설치한 것이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리틀록의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없앤 것도 모두 행정명령을 사용한 결과였다고 AP는 전했다.
또 대통령들의 행정명령 건수만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명령 외에도 각서(memorandum)와 포고령(proclamation)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거나 정책 우선순위에 관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다른 행정 수단들이 더 있기 때문이다.
어떤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처리한 일을 다른 대통령은 각서 또는 전화 한 통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각서와 포고령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어렸을 때 가족을 따라 불법 입국한 젊은 이민자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기 위한 '드림 법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국토안보부 각서를 통해 이들을 보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국가기념물을 새로 지정하거나 확대하는 데에도 총 34건의 포고령을 사용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 행정명령 등은 나중에 의회가 이를 무효화하는 새 법을 처리하거나, 차기 대통령이 얼마든지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시적인 조치에 그칠 수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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