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추가적인 세금·수수료 없어"…헤즈볼라 지도자 "정권퇴진 반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에서 소셜 미디어 왓츠앱 수수료 문제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19일(현지시간) 사흘째 대규모로 진행됐다.
레바논 시민 수만명은 이날 수도 베이루트, 북부도시 트리폴리 등에서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주요 도로를 막은 시위대는 경제난과 부패에 항의했으며 평화적인 집회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리폴리에서 시위에 참가한 여성 호다 사위르는 AFP와 인터뷰에서 "나는 거리에 계속 남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그들(정치인들)의 싸움과 부패에 방관해왔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시위대를 달래는데 고심하고 있다.
레바논 재무장관은 이날 사드 하리리 총리와 만난 뒤 추가적인 세금이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트위터에 "경제 위기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썼다.
레바논 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산 하스랄라는 이날 TV로 방영된 연설에서 정권 퇴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스랄라는 "우리 모두 레바논의 현재 상황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모두 해결책을 찾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헤즈볼라는 현 레바논 연립정부에서 장관 여러 명을 배출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도 크다.
앞서 하리리 총리는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개혁을 시행하려는 나의 노력이 정부 내 다른 이들에 의해 차단됐다"며 연정 파트너들을 향해 72시간 안에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에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지난 17일 정부가 내년부터 왓츠앱 등 메신저프로그램 이용자에게 하루 20센트, 한 달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타이어를 불태우고 상점 간판을 부수며 정부의 세금 징수 계획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하면서 사상자가 수십명 나왔다.
레바논 정부는 왓츠앱 등에 이용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경제난과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는 가라앉지 않았다.
최근 레바논은 대규모 부채와 통화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등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레바논 정부는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금융 지원의 대가로 긴축 압박을 받고 있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되며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약 37%나 될 정도로 심각하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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