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야권, 총선 앞두고 카탈루냐 위기 '호재'

입력 2019-10-20 23:39  

스페인 야권, 총선 앞두고 카탈루냐 위기 '호재'
내달 10일 조기 총선 앞두고 우파정당들 대정부 공세 강화
카탈루냐 지도부 중형 선고 후 일주일간 시위대·경찰 충돌로 600명 다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야권이 최근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지방의 주요 도시들에서 분출한 분리독립 요구와 반정부 여론과 관련, 정부와 집권당에 일제히 포화를 쏟아부었다.
야당들은 오는 11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정부·여당이 카탈루냐의 독립 요구 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사태를 키우고 있다면서 집중 공세를 취하고 있다.
시민당(중도우파)은 20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놓고 스페인 정부를 비판했다고 AFP 등 외신이 전했다.
이 당의 알베르토 리베라 대표는 집회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급진주의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수백만의 스페인 시민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 거리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추진했다가 기소된 9명의 자치정부 전 지도부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내린 뒤 카탈루냐 일대에서 격화한 대규모 독립 찬성 시위에서 일부 폭력 양상이 나타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일원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진 점거시위와 대규모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양측에서 6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당은 스페인의 분열 극복과 화합을 위해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스페인 정부가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 제1야당인 국민당(중도우파) 역시 사회당 내각과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부 모두 맹비난했다.
파블로 카사도 국민당 대표는 이날 스페인 최대 일간지인 엘 파이스와 인터뷰에서 분리주의 성향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킴 토라를 겨냥해 "카탈루냐를 불타게 만드는 세력과는 어떤 대화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체스 내각이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면서 모든 것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킴 토라 카탈루냐 수반은 지난 17일 자치 의회에 출석해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뒤, 스페인 정부에 이와 관련해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와 헌법재판소, 대법원은 자치지방의 독립 추진 자체가 위헌이므로 그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역시 불법이라는 입장으로, 양측의 대화는 요원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야권은 총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카탈루냐 문제를 집권 사회당을 공격할 최대 무기로 사용하는 모양새다.
카탈루냐에서 격화한 반(反)스페인 집회에서 정부가 무력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인식을 파고들어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최근 일간지 엘 문도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중도좌파 사회당이 하원 전체 350석에서 122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현 의석수 123석에서 1석이 빠지는 예상치다. 반면에, 중도우파 국민당은 현 66석에서 32석이 늘어난 98석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파의 이런 약진은 카탈루냐 문제를 놓고 스페인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의 파블로 시몬 교수(정치학)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질서유지와 영토 통합성의 문제는 사회당에 승리의 고리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총선에서 카탈루냐 위기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해 극우 복스(Vox) 당이나 급진 분리주의 정당 CIP 등 급진 정파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카탈루냐 주요 도시와 공항 인근, 주요 도로에서 이어지던 반정부 시위는 19일 밤을 기점으로 잦아들고 있다고 스페인 언론들은 전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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