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한중 언론 포럼서 양국관계 발전방안 집중 토론

입력 2019-10-21 15:26   수정 2019-10-21 16:52

11차 한중 언론 포럼서 양국관계 발전방안 집중 토론
"中, 한미동맹 중요성 이해해야" "외국언론, 中주권문제 개입 안돼"
중국 베이징서 열린 포럼서 양국 참석자 20여명, 8시간 토론

(베이징=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과 한국 간의 문명교류와 문화확산 과정에서 양국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국 언론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의 자세로 공동 취재를 활성화하고 뉴미디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정광싱(鄭光興) 중국 측 경제일보사 부비서장)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1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에서 양국의 참석자들은 1992년 수교 이후 27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국 관계를 점검하면서 관계를 심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21세기 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와 중국 외문국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후원한 이번 포럼은 '문명교류와 4차 산업혁명 증진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는 연합뉴스를 비롯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매일경제, 아주경제, KBS 등의 논설위원 및 국제뉴스 분야 선임기자와 학자, 중국 측에서는 신화통신, 인민일보, 광명일보, 환구시보, CC(중앙)TV의 편집 간부 등 모두 20여명이 참여해 양국 관계 발전과 언론의 역할을 놓고 8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 측 단장인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 겸 부사장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모순과 의견 불일치를 인정하되 싸우지 않는, 구동존이의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이 오늘날 G2(세계 2위의 경제 대국)로 성장한 데는 한국과의 수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정재용 연합뉴스 선임기자는 토론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지만,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의 위협에 맞서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지켜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과거 동아시아 조공체제에서 경제력이나 군사력만으로 패권국의 지위를 얻은 것이 아니라 유교라는 공통의 문화와 가치 체계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중심국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라면서 "모든 국가의 동등한 주권을 전제로 한 베스트팔렌 체제라는 대체재가 존재하는 오늘날 중국이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선 주변국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포용적인 문화 및 가치체계를 바탕으로 포용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 겸 홍콩 봉황위성TV 평론위원은 발표문을 통해 "한국과 중국은 서로 사회구조와 언론의 역할이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협력해야 한다"면서 양국 언론인 간의 유학 및 연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양국이 디지털 플랫폼, 의료한 바이오 분야, 문화 콘텐츠 분야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중 재계 회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에 대해 폐쇄적인 경제 민족주의에 빠지지 말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체제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중국청년보의 마오하오(毛浩) 총편집(편집국장)은 "한중 양국은 전통문화의 뿌리가 같고, 강한 실용성을 추구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면서 양국 언론에 대해 자기 나라의 가치를 수호하면서도 상호교류를 확대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멍위훙(孟宇紅) 환구시보 부총편집은 미국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소속 대릴 모레이 단장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가 중국 측의 반발을 사고 해당 글을 삭제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외국 언론은 중국의 주권 문제를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언론인들은 특히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관련 기술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허창(何强) 신화통신사 매체중심기술본부 주임은 신화통신이 지능화 편집부를 설치하고 세계 언론사상 처음으로 AI 합성 앵커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면서 텍스트 뉴스를 입력하면 AI 앵커가 사람 앵커와 마찬가지로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왕쉐둥(王旭東) 중국경제망 총재도 네티즌들이 게임을 하듯이 기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AI 관련 기술을 뉴스 보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정광싱 경제일보사 부비서장은 ▲양국 언론인과 토론자들이 상이한 문명 간의 포용 가능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양국 언론 간 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양국 젊은 층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포럼 내용을 정리했다.
앞서 쉬린((徐麟)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장관급)은 전날 연린 환영 만찬에서 "1992년 한ㆍ중 수교 후 27년의 성과에 양국 언론 협력의 역할이 컸다"며 "앞으로도 한·중 언론이 양국 관계의 우호를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가교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CCTV가 관련 내용을 1분 30초 분량으로 보도하는 등 대다수의 중국 중앙 매체들은 이번 포럼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중국 측은 포럼 다음날인 지난 17일 한국 측 참석자들을 베이징 중관춘 소재 LED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인 리야더(利亞德)광전회사와 2020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참관할 기회를 제공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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