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됐던 개표 결과 공개되자 격차 7.1%P→10.1%P로 벌어져
야권 강력 반발·시위 확산…당선 확정되면 후폭풍 불가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개표 후반 2위 후보와의 격차를 급격히 벌리면서 결선 없이 당선을 확정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선거관리당국의 미심쩍은 개표 과정 탓에 부정선거 의혹이 증폭되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선거관리당국인 최고선거재판소(TSE)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의 신속 전자개표가 95.63% 완료된 현재 좌파 여당 사회주의운동(MAS)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46.85%, 중도우파 야당 시민사회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이 36.74%를 기록 중이다.
두 후보 간의 격차는 10.11%포인트다.
볼리비아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와의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리면 결선 없이 당선을 확정한다.
개표 완료 후에도 이 격차가 유지되면 모랄레스 대통령이 간발의 차이로 결선 없이 4선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전날 TSE가 중간 개표 결과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모랄레스 대통령과 메사 전 대통령의 결선 진출이 유력해 보였다.
TSE는 투표 마감 4시간쯤 후 개표 83.76% 상황을 처음 공개했는데 모랄레스 대통령이 45.28%, 메사 전 대통령이 38.16%였다.
격차는 7.12%포인트로, 10%포인트엔 한참 못 미쳐 결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메사 전 대통령은 일찌감치 결선을 기정사실화하며 "의심할 여지 없는 승리"라고 자축했다. 양자대결인 결선에선 야권 표가 결집할 전망이어서 메사 전 대통령이 한결 유리해진다.
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은 농촌 표가 마저 집계되면 자신이 결선 없이 승리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TSE의 개표 결과 발표는 그 이후 돌연 중단됐다.
별다른 설명도 없는 갑작스러운 중단에 메사 전 대통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선거 전부터 모랄레스 대통령의 부정선거 시도를 우려했던 메사 전 대통령은 TSE가 결선을 저지하기 위해 조작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미주기구(OAS)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 정부도 깜깜이 개표 과정에 우려를 표시했다.
개표 과정에 의혹을 품은 야권 지지자들이 선거관리당국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이에 맞서 모랄레스 지지자들도 거리로 나오며 양측의 충돌도 잇따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각계의 반발 속에 TSE는 개표 결과를 중단한지 만 하루 만에 개표 95% 결과부터 다시 공개했는데 1, 2위의 격차는 갑자기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개표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동안 한꺼번에 3%포인트가량 격차가 커진 것이다.
메사 전 대통령은 곧바로 TSE의 신속 개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고,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도, 이에 맞선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시위도 더욱 격렬해졌다.
미주기구 감시단은 성명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극적인 변화에 깊은 우려와 놀라움"을 표시했다.
개표 완료 후에 모랄레스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을 앞선 것으로 집계되면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에 따르면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로드리고 리아사는 "사회 불안의 위험이 커졌다"며 "만약 모랄레스 대통령이 결선 없이 승리하면 야권은 선거 부정 의혹을 강화할 것이고 시위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으로, 2006년 취임 후 14년째 집권 중이다.
중남미 최장수 현역 지도자인 그가 4선 연임에 성공하면 2025년까지 무려 19년간 장기 집권하게 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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