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혐의로 검찰 기소 위기…옛 동지 리에베르만 전 국방과 마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스트롱맨'으로도 불리는 베냐민 네타냐후(69) 총리가 다시 벼랑 끝에 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권을 반납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앞으로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 대표 등 다른 당수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기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보수 진영의 선전으로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연정을 꾸리지 못했고 집권 리쿠드당은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카드를 선택했다.
지난 9월 다시 치러진 총선에서 리쿠드당은 32석으로 청백당에 1석 뒤졌음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차기 총리 후보로 결정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청백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과 협상 불발로 연정 구성에 끝내 실패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고개를 떨군 데는 '킹메이커'로 꼽힌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의 행보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리에베르만은 9월 총선에서 8석을 차지한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끌고 있다.
리에베르만은 네타냐후 총리와 협상에서 유대교 정당들이 포함된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리에베르만은 과거 네타냐후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연정을 오랫동안 함께 했지만 지난 1년간 네타냐후 총리와 여러차례 마찰을 빚었다.
작년 11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했다고 비판한 뒤 사임하면서 조기총선을 초래했다.
올해 4월 총선이 끝난 뒤에는 '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의 병역 의무를 주장하며 네타냐후 연정 참여를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검찰의 기소 여부와 맞물려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 배임 및 사기 등 3건의 비리 혐의에 대한 청문회가 나흘간 진행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검찰은 이르면 내달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년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과 호주 사업가 제임스 패커 등으로부터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의 위상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보수 강경파 정치인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총리직 재임 기간이 모두 13년 7개월이나 되고 이번에 연정에 성공하면 5선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다부진 인상과 달변의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비비'(Bibi)라는 애칭을 얻으며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비리 혐의가 부각되면서 도덕성에 흠집이 났고 팔레스타인 분쟁 등 중동 정책에서 유대인 민족주의를 내세운 강경한 태도로 아랍권 출신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두차례 총선을 앞두고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우파 유권자들의 결집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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