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쿠르드 민병대 시리아 '안전지대'서 철수" 합의(종합2보)

입력 2019-10-23 06:06   수정 2019-10-23 08:38

푸틴-에르도안, "쿠르드 민병대 시리아 '안전지대'서 철수" 합의(종합2보)
"터키-시리아 국경서 30km 밖으로 150시간내 철수해야…이후 러-터키 공동순찰"
"터키 군사작전 구역 밖은 러-시리아 정부군이 감시"…터키 주장 대폭 수용
러, 시리아 북동부 군대 배치로 입지 확대…IS 격퇴 앞장선 쿠르드는 퇴출 위기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유철종 김승욱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터키 접경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로부터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와 러-터키 양국 군의 합동 순찰에 합의했다.
터키의 시리안 내 군사 작전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으론 러시아 군사경찰과 시리아 정부군을 투입해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유도하도록 하기로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언론 브리핑에서 "내일(23일)부터 우리의 프로젝트를 이행할 것"이라며 "150시간 이내에 모든 테러 세력인 YPG(쿠르드 인민수비대)와 중화기들은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km 밖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터키는 YPG를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규정하고 최대 안보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에르도안은 터키군과 러시아군이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시리아-터키 국경으로부터 폭 10km에 걸친 터키의 군사작전 구역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터키 양국 외무장관은 푸틴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론 브리핑 뒤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담은 10개 항의 양해각서를 각각 낭독했다.
양해각서에는 "쿠르드 독립 세력 부대와 군사 조직은 23일 정오부터 150시간 이내에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km 외곽 지역으로 철수를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이 순간(철수 완료 후)부터 (시리아 북동부 도시) 까미슐리를 제외한 터키의 '평화의 샘' 작전(시리아 내 군사작전) 구역 동서 방향으로 폭 10km 구간에 대한 러-터키의 합동 순찰이 시작될 것"이라고 명시됐다.
각서는 또 "23일 정오부터 '평화의 샘' 작전 구역 이외의 시리아-터키 접경 시리아 영토로 러시아 군사경찰 부대와 시리아 국경수비대가 투입된다"면서 "이들은 쿠르드 독립세력 부대와 군사 조직이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km 외곽 지역으로 철수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각서는 러시아와 터키가 이 같은 합의 이행을 감독하고 검증할 공동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해각서에 언급된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는 터키가 그동안 주장해 온 '시리아 내 안전지대'(완충지대)의 폭과 일치한다.
터키는 그동안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시리아 국경을 따라 길이 444㎞, 폭 30㎞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터키는 안전지대에서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 세력인 YPG를 몰아낸 후 360만명에 달하는 자국 내 시리아 난민 중 100만명 이상을 이곳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푸틴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터키 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터키-시리아 접경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이 지대로부터 쿠르드 민병대를 모두 몰아낸 뒤 터키 체류 시리아 난민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오부터 150시간이 경과한 뒤에는 러시아군과 터키군이 안전지대 내 폭 10km 구간에 대해 합동 순찰을 실시해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약 6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담 뒤 공동 언론 브리핑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이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운명적인 결정에 버금가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줬다"고 평가했다.
터키는 자국에 안보 위협이 되는 쿠르드 민병대 격퇴를 명분으로 앞서 이달 9일부터 시리아 북동부 지역으로 진격해 '평화의 샘'으로 불리는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쿠르드가 장악하고 있던 시리아 북동부 도시들을 점령하며 진격을 계속하던 터키군은 지난 17일 미국의 중재로 시리아 정부와 손잡은 쿠르드와 5일 동안 조건부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휴전 합의는 22일 밤 종료됐다.
러시아와 터키는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쿠르드 민병대에 안전지대에서 철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연장해 주고 그 뒤에는 양국이 함께 안전지대 운영을 감독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합의는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민병대를 자국 남부 지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겨온 터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러시아군의 참여를 통해 터키가 시리아 영토를 영구적으로 점령하는 것을 차단해 시리아의 영토적 통합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타협책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터키군의 군사작전 개시 이후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한 미군을 대신해 이 지역에 자국 군대를 파견하기로 하면서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게 됐다.
반면 미군과 동맹을 맺고 2014년부터 약 1만명의 전사자를 내며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앞장섰던 쿠르드는 미래 독립국의 터전으로 생각하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완전히 밀려날 운명에 처하게 됐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정부군이 북동부를 비운 사이 이 지역을 장악한 쿠르드족은 민병대 YPG를 조직해 사실상 자치를 누려 왔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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