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나루히토(德仁) 일왕(天皇·덴노)의 즉위 선포 의식이 열린 22일 도쿄 도심에서 '천황제'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가 펼쳐졌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수백명의 시민은 22일 오후 도쿄 신바시(新橋)역 앞에서 모여 "즉위식은 헌법위반. 끝내자! 천황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즉위식 중단' '(즉위를) 축하하지 않는다' '천황제는 필요 없다'는 문구 등이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를 들었다.
차도를 따라 신바시역에서 교바시(京橋)역까지 약 2㎞를 행진한 이들은 도쿄 최대 번화가인 긴자(銀座) 주변에서 진압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남녀 3명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시위를 이끈 '끝내자 천황제, 대물림 반대 네트워크'는 500여명이 시위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신코 이치(新孝一·60) 씨는 교도통신 등에 "즉위 의식은 천황이 주권자인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며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각국 정상들을 모아놓고 '일본은 천황의 국가'라고 세계에 선전하는 것"이라고 즉위 선포 의식을 비판하면서 일본 전체가 한목소리로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야당인 공산당은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에 불참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일본 공산당 서기장은 "천황이 '다카미쿠라'(高御座·일왕이 즉위식 때 쓰는 왕좌) 위에서 즉위를 선언하고 그 아래에서 삼권(입법·사법·행정부)의 장이 '덴노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치는 의식은 메이지(明治) 시대 방식을 이어받은 것이어서 헌법의 국민주권 및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일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천황'은 메이지(明治) 일왕 시기의 근대화를 거치면서 군국주의를 기반으로 주변국을 침략했던 일제(일본제국주의)의 중심에 있었다.
일제가 일으킨 마지막 전쟁인 태평양전쟁이 1945년 끝난 뒤 제정된 신헌법을 통해 '천황'은 정치적 실권을 상실한 상징적 존재로 바뀌었으나 일본 보수세력이 천황제를 앞세워 근대화기의 '군국주의 일본'으로 회귀하려 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평화·반전 운동가들은 천황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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