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안올라'…'트럼프' 간판 뗀 뉴욕 센트럴파크 스케이트장

입력 2019-10-23 16:25  

'손님 안올라'…'트럼프' 간판 뗀 뉴욕 센트럴파크 스케이트장
트럼프그룹 운영 시설…'트럼프' 기피 현상에 "사업 타격" 우려한 듯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 회사가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운영하는 아이스 스케이트장 두 곳이 간판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지웠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간판을 단 호텔이나 주거용 건물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간판을 바꿔 단 경우가 있지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실소유주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회사 시설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다고 WP는 강조했다.


아이스 스케이트 성수기인 겨울을 앞두고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곳은 각각 센트럴파크 남쪽과 북쪽에 있는 '울먼 링크'(Wollman Rink)와 '래스커 링크'(Lasker Rink)다.
두 곳 모두 원래 이런 공식 명칭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 두 곳의 개보수를 진행한 뒤 자신의 이름을 원래 이름보다 더 크게 내달았다.
지난해 겨울까지 이들 시설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곳곳에 내건 채 운영됐다.
하지만 이 시설을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은 지난여름 이를 변경키로 결정했다고 뉴욕시의 공원 담당 부서 대변인은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회사 측에 이유를 묻지 않았으며 회사도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P는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붉은색으로 쓰여 있던 링크 주변 울타리에서 이름이 모두 사라졌다고 전했다.
스케이트화를 빌려주는 데스크는 흰색 방수포를 덮어 이름을 가렸다.
뉴욕 공원 보호단체의 제프리 크로프트는 "완전히 브랜드 이름을 바꿨다"면서 "유니폼부터 모든 것에서 이름을 뺐다"고 말했다.
그나마 빙상을 고르게 하는 작업 차량에서만 트럼프라는 글자를 볼 수 있었다.
또 스케이트장 입구에 내걸린 환영 인사 간판에서도 트럼프라는 단어가 지워지고 전화번호 밑에만 작게 '트럼프 그룹 운영'이라고 적혀 있었다.


트럼프 그룹은 이름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트럼프'라는 이름 때문에 일부 고객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직원은 "많은 학교, 특히 여기 있는 진보 성향의 사립학교들이 파티하러 이곳에 많이 온다"면서 "그게 답 같다. (이름 때문에) 사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초 뉴욕의 명문 사립학교인 달튼 스쿨이 울먼 링크에서 스케이트 파티를 열려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장소에 보낼 수 없다는 일부 부모들의 반대로 행사가 취소된 일화가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된 적도 있다.
미국 곳곳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건물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호텔 3곳과 맨해튼의 주거용 건물 6곳이 이름에서 '트럼프'를 삭제했다.
하지만 이들 건물은 모두 소유주가 따로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용료를 주고 이름만 빌려 쓰고 있었다.
울먼 링크는 영화 '러브스토리' 등의 배경으로 등장해 유명한 장소로, 뉴욕시는 1974년 수백만 달러를 들여 개보수 공사를 벌였으나 공사 계획이 중간에 변경되는가 하면 시의 재정위기로 공사가 전면 연기되는 위기를 겪었다.
이후 공사가 난항을 겪으며 표류하자 당시 건설업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자청해 맡아 약속한 기한보다 빨리, 예산 범위 안에서 완공해냈으며 그 덕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인사가 됐다.
당시 계약조건에 따라 트럼프 그룹은 이후 이 스케이트장과 부대 시설의 운영을 맡고 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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