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대만 전문가 좌담회 "순조로운 전환 위해선 투명한 정보 제공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00년 5%에 불과했으나 작년 처음으로 40%를 차지하면서 가장 큰 발전원이 됐다. 기술발전에 따라 한국도 (현재 7∼8%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독일 재생에너지 전문가인 만프레드 피쉐딕 부퍼탈연구소 부소장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재생에너지총회를 계기로 열린 에너지전환 좌담회에서 "독일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5% 이상으로 늘리는데 한층 가까워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대만·독일 3국의 사례 공유를 통해 본 에너지 전환의 도전과 기회'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문가 좌담회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사장 윤순진)이 주최했다.
피쉐딕 부소장은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올해 주요 이해당사자인 석탄발전 관계기관과 소비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발족했다"고 소개한 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지원해 법안을 마련하고 산업계를 망라해 단계별로 진행하면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한다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리훙타이(李宏台) 대만공업기술연구원 녹색에너지환경연구소 부소장도 "대만은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현재 5%에서 20%로 높이고 석탄은 45%에서 30%로 낮추며 액화천연가스(LNG)는 50%로 올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면서 "현재 10% 수준인 원자력에너지는 그때까지 점차 줄여서 중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문가는 한국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탈원전' 정책 논란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투명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피쉐딕 부소장은 "시민들과 마주해 더 투명한 토론을 진행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면 시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낼 것"이라면서 "독일 정부도 과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곧바로 원전 중단 조치를 단행했는데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보니 일부 반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후 투명한 정보 제공에 노력한 결과 지금은 시민 대부분이 호의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리 부소장도 "대만에서 원전정책과 관련된 국민투표를 진행할 당시 국민의 50% 이상이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몰랐다"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대만 유일의 전력회사는 매일 에너지 관련 정보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상황을 일일이 공유하면서 국민의 에너지 전환정책 수용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정책과 함께 에너지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피쉐딕 부소장은 "독일 산업계는 지난 20년간 에너지수요를 3분의 1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탄소배출의 비용을 t당 5유로에서 30유로로 높여 지불하게 하고 시장도 깨끗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보내 각 기업이 에너지 효율성 증대에 동참하게끔 유도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독일 철강회사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이 아닌 재생에너지를 전원으로 사용할 정도로 큰 변화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대만 정부도 에너지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들에 2025년까지 전력집약도를 2%씩 줄이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리 부소장은 밝혔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신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도 소개됐다. 대만의 경우 태양광 생산량이 중국에 이어 전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고 독일에선 신재생 에너지 설치와 유지·보수, 연구 등과 관련해 1만5천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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