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남부 도시 소치서 23~24일 개최…아프리카 43개국 지도자 참석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시리아 사태에 대한 성공적 개입으로 중동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도 발 벗고 나섰다.
러시아가 23일(현지시간) 흑해 연안의 자국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제1회 '러-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전날 역시 소치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초청해 터키의 시리아내 쿠르드 퇴치 군사작전으로 복잡해진 시리아 분쟁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 43개국 지도자들과 11개국 정부 대표단, 1만여명의 기업인들을 맞아 러시아와 아프리카 간 협력 논의의 장을 열었다.
옛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앙골라나 에티오피아는 물론 러시아의 관심이 적었던 나이지리아나 가나 등의 지도자들도 초청됐다.
23일 경제포럼과 24일 정상회의 등으로 이틀 동안 열릴 이번 러-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러시아가 서방과 중국이 굳건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 연합(AU) 순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의 개막을 선포했다.
푸틴은 뒤이어 경제포럼 전체 회의 연설에서 "최근 5년 동안 러-아프리카 간 교역은 2배 이상 늘어나 2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는 여전히 너무 작은 것"이라면서 "향후 4~5년 이내에 교역 규모를 최소 2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지난 1991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옛 소련에 진 채무 200억 달러 이상을 탕감했다"면서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민영 석유회사 '루코일', 광물 회사 '알로사', IT 기업 '얀덱스' 등 여러 러시아 기업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파트너들과 협력해 오고 있다면서 이들이 아프리카 사업을 더 확대하길 원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다른 많은 러시아 기업들도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가 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를 잠재적 경제 파트너로서 보고 있다"면서 "아프리카 내의 무역대표부 망을 확대하고 새로운 접촉 채널을 구축하며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제 포럼 개최 전 엘시시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 회담을 한 푸틴 대통령은 행사 기간 중 모두 8개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비동맹 운동을 지원하거나 젊은 지도자들을 초청해 훈련하는 등 이 대륙의 중요한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했다. 그 사이 전통적 우위국인 유럽국가들에 이어 중국이 아프리카에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이번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중국이 아프리카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00년 개최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본뜬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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