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과 모두 관계 유지하며 중동·아프리카로 영향력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정학적 기술'을 활용해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며 실세로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 완충지대 관리방안을 터키와 도출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역량을 보여줬다며 23일(현지시간) 이같이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터키 접경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철수시키고 러시아-터키 양국 군이 합동 순찰하기로 합의했다.
터키와 러시아가 좀 더 근접하는 모양새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다른 동맹국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는 합의다.
'스트롱맨' 이미지가 강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렵고 불안한 관계를 능숙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정치학자 알렉세이 말라센코는 "그것이 바로 전형적인 푸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반유대주의 역사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과도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WSJ은 전했다.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며 중동에서 입지를 강화한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도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소치에서 열린 제1회 '러-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 순회 의장을 맡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의 개막을 선포했다.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 하이파이브하듯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러시아가 미국보다 터키 측 이익을 꾀했다고 설득했으며 터키 경제에 미치는 러시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예프세예프는 "주요 상대방과 관계를 갖기 위한 일종의 편의상의 우정"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러시아와 터키 관계는 2015년 터키 전투기가 터키-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 전폭기 1대를 격추한 이후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2016년 터키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푸틴 대통령은 터키 지도자의 정치적 불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터키 연구프로그램' 디렉터인 소네르 카갑타이는 "당시 쿠데타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큰 충격을 줬는데, 푸틴은 그 기회를 움켜잡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터키와 미국을 더욱 갈라놓으려 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터키는 러시아와 S-400 미사일의 추가 도입을 현재 논의 중이다.
러시아는 터키와의 관계에서 또 다른 '지렛대'를 갖고 있다.
터키는 지난해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였는데, 이러한 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터키는 또 천연가스 필요량의 47%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이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j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