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너지 정책 갈등 속 서부 2개州서 자유당 '0석'
일각서 서부 분리 '웩시트' 운동까지…트뤼도 '소수 정부' 난제로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캐나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치른 총선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서부 산유 지역에서 '보수당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자유당이 이끄는 중앙정부와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등 진통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 산유지로 꼽히는 앨버타주와 서스캐처원주에서 자유당은 단 한 석의 의석도 얻지 못해 이번 선거 승리의 색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보수당 성향이 두드러지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자유당은 그나마 앨버타주 대도시 지역에서 보유하고 있던 4석을 모두 잃었다. 서스캐처원주에서는 자유당 정부의 선임 장관 격이던 랠프 구데일 공공안전부 장관이 낙선했다.
전국적으로 33.1%의 지지를 받은 자유당은 앨버타에서 13.7%, 서스캐처원에서 11.6%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보수당은 앨버타주 34개 선거구에서 신민주당(NDP)에 내준 한 석 외에 나머지 33석을 차지했고, 인접 서스캐처원주도 기존의 NDP 의석 3개까지 가져와 14개 의석을 모두 휩쓸었다.
2개 주에서 보수당은 각각 69.2%(앨버타), 64.3%(서스캐처원)를 득표해 전국 평균(34.4%)의 두 배에 가까운 대성공을 거뒀다.
이런 결과를 놓고 로이터 통신은 정부의 에너지 및 송유관 정책에 이미 실망한 해당 지역의 소외감이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자유당이 해당 지역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것은 선거 기간에 기후변화와 오일샌드 정책을 둘러싸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온실가스 배출규제와 탄소세 도입 등 강경한 정책을 견지, 보수당 및 주 정부 입장과 대립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석유 산업 의존도가 높은 이 지역 경제 현실과 이해를 달리하면서 주민들의 반감과 앙금도 깊어졌다는 진단이다.
앨버타산 석유를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로 수송하는 송유관 건설 사업이 차질과 지연을 거듭하는 데 대해 이미 서부 지역의 여론이 악화한 상황이다.
또 자본투자 부진과 유가 약세로 이미 타격을 받은 캐나다 에너지 부문이 동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도 서부 지역 민심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 '소수 정부'로 집권 2기를 꾸려야 할 트뤼도 총리가 송유관 확대와 화석연료 보조금에 강하게 반대하는 저그미트 싱 신민주당 대표에게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 이런 불안을 더욱 키운다고 로이터가 분석했다.
실제로 선거 후 주민들은 자유당과 트뤼도 총리에 대한 배신감과 지역 소외감이 깊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총선이 끝나자 서부 지역이 캐나다 연방을 떠나야 한다는 일종의 분리주의 기류까지 고개를 급속히 들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3일 전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가리키는 '브렉시트'에서 따온 '웩시트(Wexit : Western Exit)'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앨버타주에서 웩시트 운동을 주도하는 피터 다우닝은 이 운동을 지역 이해와 정서를 반영하고 결집하는 시민운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접 주로 동조자를 늘려 정당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설한 페이스북의 웩시트 홈페이지는 회원 가입이 폭주, 4천여명이던 회원 수가 선거 직후 하루 사이 17만1천명으로 늘었다.
주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
선거 다음 날인 22일 서스캐처원주의 스콧 모이 주총리는 트뤼도 총리에게 탄소세 폐지와 송유관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거듭 요구했다. 산유 지역의 주 정부는 연방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세가 배출 가스를 줄이는 실효가 없이 물가를 올리고 경제적 부담을 가중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모이 주총리는 "평원 산유 지대인 이곳에서 불길이 활활 타고 있다"며 분노한 민심을 전하면서 "내가 할 일은 트뤼도 총리에게 가스통을 들고 이곳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앨버타주의 제이슨 케니 주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앨버타인들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앨버타에서의 실망과 소외감이 계속된다면 국민 단합에 매우 중대한 도전 과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선거 후 처음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유권 건설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특별히 서부 지역 두 곳을 향해 화해와 유화의 제스처를 보였다.
그는 "송유관 건설이 캐나다 국민의 전체 이익이라는 점에서 그 결정을 했다"며 "앨버타와 서스캐처원 주민들이 지난 수년간 유가 하락 등으로 겪은 어려움과 도전을 잘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뤼도 총리의 우선적인 국정 과제로 서부 산유 지역 등의 분열 해결을 꼽았다.
그러나 블록퀘벡당과 NDP 등 다른 야당이 기후변화 정책이나 송유관 건설에 분명한 이견을 보여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트뤼도 총리로서는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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