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살포' 日 스가와라 경산상, 입각 44일 만에 사임

입력 2019-10-25 09:29   수정 2019-10-25 11:18

'금품 살포' 日 스가와라 경산상, 입각 44일 만에 사임
지역구 유권자 선물살포 논란 이어 추가 의혹 불거져
야당 공세 속 아베 총리 추진 '개헌 작업'에 부담 우려한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57) 일본 경제산업상(경산상)이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스가와라 경산상은 아베 총리가 지난 9월 11일 단행한 개각 때 입각했다.
이에 따라 각료가 된 지 44일 만에 낙마하는 처지가 됐다.
후임에는 자민당 7선 중의원 의원인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64) 전 지방창생담당상이 내정됐다.
교도통신은 스가와라 경산상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나눠준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전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스가와라 경산상은 이날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임기 도중에 그만두게 돼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일에 대해 "임명 책임은 내게 있고,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도쿄 네리마(9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중의원 6선 의원인 스가와라 경산상은 2006~2007년 지역구 주민 등에게 선물을 돌린 사실이 밝혀졌다.
스가와라 경산상의 전 비서가 만든 것으로 주간지 '문춘'(文春)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진 선물 리스트에는 2006~2007년 여름과 겨울에 멜론, 명란젓 등의 품명과 함께 선물 239개분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이 연락처에는 지역구 주민 외에 아베 총리 등 정치권의 유력 인사 이름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에 포함된 해당 지역구 주민 여러 명은 일본 언론에 "멜론이나 게를 택배로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것이 논란이 되자 야당 측은 국회에서 스가와라 경산상을 상대로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스가와라 경산상은 처음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금품을 현금이라고만 생각해 '없다'고 답했다"면서 답변을 수정함으로써 선물을 돌린 사실을 인정해 논란을 키웠다.
중의원 경제산업위원회 여야 간사는 지난 23일 스가와라 경산상을 출석시킨 가운데 추가 질의를 25일 진행하기로 합의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가와라 경산상의 비서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부의(賻儀)를 건넨 의혹이 '문춘' 보도로 새롭게 드러났다.
이 보도에 따르면 스가와라 경산상의 한 비서는 올 10월에 부의 봉투를 들고 지역구 유권자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의원 본인이 직접 조문하지 않은 채 지역구민에게 부의금을 전달하는 것을 부당 기부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스가와라 경산상이 야당의 정치 공세 속에서 비교적 신속하게 물러나기로 한 것은 아베 총리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개헌 논의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입헌민주당 등 야권은 스가와라 경산상 문제를 자민당이 국회에서 추진하는 개헌 논의의 발목을 잡는 재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헌법심사회 개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스가와라 경산상을 둘러싼 스캔들을 활용해 여당의 개헌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언론은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스가와라 경산상에 대한 경질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스가와라 경산상은 2차 아베 내각 초기인 2012~2013년 경산성 부대신(차관급)을 맡았던 인연으로 지난 9월 개각 때 경산성 수장에 올랐다.
와세다(早稻田)대를 졸업하고 회사원을 거쳐 도쿄 네리마 구의회 의원, 도쿄도의회 의원에 이어 중의원 의원으로 변신한 그는 극우 성향의 '다 함께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의원 모임' 회원이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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