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방글라데시 남성 16명이 10대 여학생을 산 채로 불태워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방글라데시 페니 지역의 여성·어린이 억압방지 법원은 24일 이같은 혐의로 남성 1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다카트리뷴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해당 남성들은 지난 4월 누스라트 자한 라피라는 19세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라피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100㎞가량 떨어진 마을 페니에 살며 이슬람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라피는 다니던 학교의 교장 성추행을 신고했다가 그 학교 옥상에서 산 채로 불에 태워지는 보복을 당했다.
라피는 지난 3월 27일 교장실로 불려갔다가 교장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당했다.
이에 라피는 곧바로 그곳에서 빠져나온 뒤 가족과 함께 경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라피의 신고에 대해 '별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 경찰은 라피의 얼굴까지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후 해당 교장은 성추행 혐의로 체포됐지만, 지인을 시켜 라피의 가족에게 고소를 철회하라고 협박했다.
교장은 필요할 경우 라피를 살해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지난 4월 6일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이슬람 복장)를 쓴 남성들이 라피를 꾀어 학교 옥상으로 부른 뒤 고소 철회를 요구했고, 라피가 거부하자 그의 몸에 등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이들은 라피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했지만, 라피는 가까스로 현장을 탈출했다.
하지만 전신 80%에 심한 화상을 입은 라피는 나흘 뒤 숨졌다.
라피는 숨지기 전 관련 증언을 휴대전화에 녹음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가해자들을 엄벌하고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라는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페즈 아흐메드 검사는 "이번 판결은 방글라데시에서는 누구도 살인과 관련한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