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 극성 속 당내 균열 조짐 가시화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민주당이 탄핵 고삐를 더욱 조이면서 공화당 내 내분이 어느 때보다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에 더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으로 사실상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의 핵심 우군이었던 쿠르드를 포기한 것, 그리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개최하려다 번복한 것, 탄핵 공세를 인종차별적 집단폭력(린칭)에 비유한 것 등 정치적 실책이 잇따르면서 공화당이 마냥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위기상황을 자신들의 생존 위협으로 간주, 더욱 극성스럽게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23일 탄핵 관련 하원 청문회장에 몰려가 증언을 방해한 것은 짐 조던(오하이오), 맷 개츠(플로리다), 마크 메도스(노스캐롤라이나) 등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 의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더힐은 트럼프 충성파들이 생존 투쟁에 나선 것은 위기가 그만큼 심각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내 내분이 전례 없이 심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상·하원 공화당 지도부도 최근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거리를 두는 모습도 감지된다.
트럼프의 핵심 참모였다 밀려난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은 더힐에 트럼프 진영이 탄핵 표결에서 공화당 이탈표를 방지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특히 차기 불출마를 선언한 하원의원들의 탄핵 찬성을 저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의 트럼프 지지 민심을 의식해야 하지만 불출마 의원들은 민심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자신에게 반발할 수 있는 내부 비판 세력을 겨냥, '민주당보다 더 나쁘고 위험한 인간쓰레기'라고 맹공을 퍼부은 것도 반대 세력의 이탈을 경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그 충성 세력의 과격한 언동은 상대적으로 그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내 반트럼프 인사인 피터 웨너는 더힐에 트럼프의 공격적인 언사는 그가 정치적 위험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아울러 공화당 내에 명백한 균열이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이전 역대 공화당 행정부에서 봉직한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기반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가 곤경에 처해있다는 징후이며 그 자신 역시 자신이 곤경에 처했음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내 불만도 어느 때보다 공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을 비판하는 하원의 결의안이 354-60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된 것, 공화당 인사들이 G7 정상회의 개최 장소를 변경토록 압박한 것. 탄핵 공세를 '린칭'으로 비유한 데 대해 충성파인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상원 공화당 2인자인 존 튠 원내총무가 앞서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대사 대행의 증언에 대해 '좋지 않은 것'으로 지칭한 것, 그리고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자신이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반박한 것 등도 정도는 덜하지만 균열의 조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 정계에서 가장 비중 있는 인물로 꼽히는 매코널 원내대표의 경우 만약 여론이 악화할 경우 그가 공화당 지도부와 함께 결국 트럼프와 관계를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계의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 공화당 풀뿌리 당원들의 트럼프 지지가 견고해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선출직 당원들 간의 괴리가 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대대적인 이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향후 상항에 따라 이미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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