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반복되는 中 불법이주민 비극…19년 전 사건 데자뷔?

입력 2019-10-25 11:27   수정 2019-10-25 14:00

英서 반복되는 中 불법이주민 비극…19년 전 사건 데자뷔?
39명 냉동 컨테이너서 숨져…2000년에도 58명 집단사망 충격
영국에 中 불법체류자 수십만 명으로 추산돼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영국에서 불법 이주자로 추정되는 중국 국적자 39명이 냉동 컨테이너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 중국 이주민이 연루된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에 새삼 눈길이 쏠린다.



지난 23일 오전 영국 경찰은 남동부 에식스주 그레이스의 워터글레이드 산업단지에서 39구의 시신이 담긴 화물 트럭 컨테이너를 발견했다. 경찰은 사망자가 모두 중국 국적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중국 이민자와 연루돼 영국에서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들을 집중 조명했다.
WP에 따르면, 2000년 6월 20일 항구도시인 도버의 선적 컨테이너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 58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영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영하 25도 '냉동 컨테이너' 안서 숨진 39명은 중국인…영국 '발칵' / 연합뉴스 (Yonhapnews)
조사 결과 이들은 컨테이너 트럭 운전사가 통풍구를 닫으면서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희생자들은 영국으로 가기 위해 범죄조직에 총 2만6천달러(3천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이 사건과 관련,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악한 거래'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네덜란드인 운전기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1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불과 몇 년 후인 2004년 2월 5일 영국 랭커셔주 모어캠 만(灣)에서는 중국인 불법 노동자 21명이 밀물이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조개를 줍다가 파도에 휩쓸려 몰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조개 채집에는 전혀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이들의 허망한 죽음은 영국에 들어오더라도 어쩔 수 없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불법 이민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줬다고 WP는 지적했다.
이후로 중국인 불법 이민 문제는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아프리카에서 물밀듯 유입되는 이민자·난민 행렬에 시선이 모아지며 사실상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19년 전 일어난 비극의 판박이처럼 느껴지는 이번 소식은 영국뿐만 아니라 중국 사회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WP에 "왜 영국에서 중국인들이 연루된 집단 사망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겠는가"라며 "중국은 사람들이 못살 정도로 가난하지 않고, 전쟁도 없으며, 합법적으로 해외로 이주할 많은 방법이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국이 불법 이민자들을 다루는 방식에 심각한 차별과 비인도적 행위가 없는지, 왜 중국인들이 영국으로 불법적으로 이주를 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런던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수십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일부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떠나온 난민들이지만, 나머지는 경제적 이유로 이주한 불법 이민자로 여겨진다고 WP는 설명했다.

한편, 사망자 39명의 국적이 중국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으나,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사망자들의 국적이 중국으로 확실히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25일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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