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스 의원 장례식 거행…민주 대선주자·양당 의원 함께 추모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중진 고(故) 일라이자 커밍스(68·메릴랜드) 하원의원의 장례식이 25일(현지시간) 볼티모어의 한 교회에서 거행됐다.
흑인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흑인사회를 대표하는 '거물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커밍스 의원은 지난 17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흑인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워싱턴DC 의회 중앙홀에 안치된 커밍스 의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고인이 40년간 다녔던 볼티모어의 침례교회 앞에는 새벽녘부터 수백 명의 시민이 줄지어 장례식을 기다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4천여 명의 추도객들이 교회를 가득 메웠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진영의 핵심 인사들이 총집결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레이스의 선두그룹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일간 USA투데이는 "커밍스는 군중을 끌어들이는 강력함을 보여줬다"면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 2명과 퍼스트레이디, 대선후보들과 전직 각료들,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의 수많은 연방의원들이 커밍스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커밍스가 소작농 집안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그는 선한 땅에서 나왔고, 그런 선함이 그에게 뿌리를 내렸다. 그의 부모들은 그에게 강인함과 친절, 신념을 심어주었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그의 업적을 이어가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고 헌사를 바쳤다.
특히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흑인 연방의원'에 대한 추도사를 낭독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커밍스가 미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서약을 얼마나 열심히 지켰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와 함께 보낸 모든 순간, 그와 나눴던 모든 대화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일라이자 커밍스가 구약성서의 선지자(엘리야)와 같은 이름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부패한 리더십에 저항한 선지자처럼, 커밍스는 폭풍과 지진을 이겨내고도 믿음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라이자는 그의 삶 모든 부분에서 진리와 정의, 친절함의 치열한 챔피언이었다"고 강조했다.
커밍스의 아내 마야 로키모어 커밍스는 "남편은 우리의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고 진짜 부패와 싸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커밍스 의원의 지역구인 볼티모어를 '쥐가 들끊는 곳'으로 비하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그것은 남편에게 상처를 줬고, 그의 마지막 몇 개월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딸 제니퍼는 "아버지는 흑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줬다"면서 "초등학교 시절 다른 (백인)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을 때,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해줬다"고 회상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커밍스 의원은 변호사 시절 인권운동에 투신하다 정계에 진출했으며, 1996년 볼티모어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23년간 헌신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맡으면서 반(反)이민 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앞장서 반기를 들었다.
최근에는 하원 정보위원회, 외교위원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를 주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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