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승리하면 연정 기반 탄탄해질 듯…패하면 위기 심화 가능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지난 여름을 기점으로 '극우 포퓰리즘' 연립정부 붕괴와 '좌파 포퓰리즘' 연정 출범 등의 파도를 타고 넘은 이탈리아 정가가 이제 중부의 작은 주(州) 움브리아를 주목하고 있다.
이곳에선 27일(현지시간) 새 주지사를 뽑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인구 90만명으로 이탈리아 20개주 가운데 4번째로 적은 움브리아주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그다지 눈에 띄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새 연정 출범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그 결과에 따른 정치적 함의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게 현지 정가의 중론이다.
특히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단일 후보를 내세워 극우 정당 동맹에 대적하는 구도여서 정가의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동맹은 지난 8월 오성운동과의 연정 파기를 선언하며 정국 위기를 불러온 정당이다.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믿고 조기 총선을 밀어붙였다가 예상치 못한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새 연정 구성으로 내각에서 퇴출당해 졸지에 야당으로 전락했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정부와 과거 정부의 주류 세력 간 대결인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단일 후보가 승리한다면 연정 기반이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 정가에서 '견원지간'으로 통하던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동맹의 집권 저지라는 공통의 이해관계 아래 어색한 동거를 시작했지만 2020년 예산안 등 현안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잡음을 내며 갈등을 빚었다.
현지 언론에선 이번 연정이 성공하느냐보다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초점을 맞출 정도로 불안 불안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새 연정에 대한 민심의 지지가 지역 단위에서나마 처음으로 확인되는 것이어서 상호 신뢰와 자신감이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또 향후 이어질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남부 칼라브리아 등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단일대오를 구축하는 계기가 돼 정책 연대를 넘어 정치적 연대로까지 나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대로 동맹에 패할 경우 양당이 받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움브리아는 그동안 치러진 대부분의 선거에서 진보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곳이어서 특히 민주당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동맹 입장에서 움브리아 선거의 승리는 연정 붕괴 후 좁아진 정치적 입지를 만회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쥐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정치적 함의를 잘아는 정당들은 그동안 너나없이 움브리아 선거에 전력을 기울였다.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는 최근 움브리아 전역을 훑다시피 하며 유세에 집중했고, 집권 여당도 연정의 비전을 홍보하며 표심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25일에는 새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와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현 외무장관),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 등 연정 핵심 인사들이 움브리아주 나르니 유세 현장에 총출동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의 판세는 동맹 후보가 다소 우세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다만, 과거에 그랬듯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 선거에서는 숨어있는 진보적 성향의 민심이 표출될 수 있어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살비니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움브리아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데 커피 한잔을 걸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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