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내무부 "사실 아니다"…유족 "사실이다"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교도소에서 반식민 저항운동의 상징인 독립투쟁 영웅 데단 키마티(Dedan Kimathi)의 무덤이 발견됐다고 그의 가족이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1950년대 영국의 식민지배에 항거해 독립투쟁을 이끌던 키마티의 무덤이 전날 수도 나이로비의 카미티(Kamiti) 교도소에서 발견됐다고 그의 가족이 전했다.
키마티는 당시 무장투쟁 단체인 마우마우(Mau Mau)를 이끌다 1957년 체포돼 카미티 교도소에서 교수형 당했다.
오랜 기간 그의 무덤을 찾기 위해 노력한 가족들은 이날 그가 매장된 지점을 특정했으며 곧 유해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데단 키마티 재단은 성명에서 "우리는 독립투쟁 야전사령관 데단 키마티 와시우리의 매장지를 마침내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라고 밝혔다.
케냐 내무부는 그러나 키마티의 무덤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내무부는 이날 트위터 메시지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무덤이 발견됐다는 보고는 "사실이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키마티의 딸인 에벌린 완주구 키마티는 "성명은 사실이다. 가족이 성명을 낸 당사자이며 정부가 낸 것이 아니다"라며 "내무부가 인지하지 못했거나 무덤을 찾아내려는 가족의 노력에 함께하지 않았기에 당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벌린은 그러면서 "키마티 교도소에 가서 그가 매장된 지점을 특정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 가족이다"라고 강조했다.
재단의 트위터에는 올해 90세로 오랜 기간 케냐 정부에 남편의 무덤을 찾아달라고 읍소한 키마티의 미망인 주위를 지지자들이 노래하며 춤추는 영상자료가 올랐다.
에벌린은 가족들이 축하하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기쁘다.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에벌린은 또 대법원장에게 교도소 밑에 묻힌 키마티의 유해를 발굴하도록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마우마우 독립투쟁은 영국의 식민지배를 끝내고 케냐의 독립을 이끈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2003년까지만 해도 불법 단체로 간주됐다.
대부분 케냐 최대 부족인 키쿠유족 출신으로 구성된 마우마우 전사들은 게릴라 전술을 펼치며 당시 백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1952∼1960년에 이어진 투쟁으로 1만여명의 케냐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역사학자들은 사망자 숫자를 두배로 추정하고 있다.
성적 학대를 비롯한 모진 고문에 수천 명이 고통을 겪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전(前) 대통령의 할아버지를 포함한 수만 명이 끔찍한 구금시설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다.
마우마우 독립운동은 1956년 10월 키마티의 체포와 이듬해 집행된 그의 처형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케냐는 1963년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얻고서 이듬해 완전한 독립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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