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구의원 선거 입후보 자격심사 계속 미뤄지자 '발끈'
심사 맡은 선관위 주임, 갑작스레 바뀌어 의혹 증폭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내달 24일 실시되는 구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한 홍콩의 민주화 시위 주역 조슈아 웡(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의 후보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조슈아 웡은 전날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회신을 보내 "나와 데모시스토당은 '민주자결' 강령을 통해 홍콩독립을 정치적 대안으로 주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홍콩 선관위가 조슈아 웡에게 질의서를 보내 데모시스토당의 강령 '민주자결'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것에 대한 회신이었다.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의 선거 후보 자격 논란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범민주 진영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슈아 웡은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South Horizons West) 선거구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현재 구의원인 친중파 정당 신진당의 주디 찬과 맞붙게 된다.
하지만 홍콩 선관위는 데모시스토당의 강령 '민주자결'을 문제 삼아 그의 출마 자격 여부를 아직 통보하지 않고 있다.
홍콩에서 의회인 입법회 선거나 구의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홍콩 선관위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후보에게는 선거 출마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홍콩 독립'이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 규정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키는데, '홍콩 독립'은 중국의 주권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이 선관위의 해석이다.
이처럼 선거 후보가 속한 정당의 강령을 문제 삼아 선관위가 후보 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2016년 이후 무려 10건에 달한다.
지난해 1월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데모시스토당의 강령 '민주자결'이 일국양제에 어긋난다며 당원인 아그네스 차우의 피선거권을 박탈했고, 이로 인해 아그네스 차우는 올해 3월 보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데모시스토당은 홍콩 독립 등을 포함한 홍콩의 미래를 시민들의 보통선거를 통해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전날 조슈아 웡이 선관위에 회신을 보내 "홍콩독립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혔지만, 그가 후보 자격 허가를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친중파 진영이 조슈아 웡에게 후보 자격을 주지 말라는 압력을 선관위에 넣고 있다는 소문마저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의혹을 사는 점은 지난 24일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 심사를 맡는 선관위 주임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 심사는 도로시 마 주임이 맡고 있었는데, 그는 24일 갑작스럽게 '무기한 병가'를 냈다.
빈과일보는 이와 관련해 마 주임이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칼잡이' 역할을 거부하자 홍콩 정부가 그의 '무기한 병가'를 선언해버렸다는 항간의 소문을 전했다.
새로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 심사를 맡게 된 로라 량 주임도 그의 '선택' 결과에 따라 그의 가족을 살해할 수 있다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어, 현재 경찰이 제공하는 안전가옥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후보 자격 심사가 계속 미뤄지자 조슈아 웡은 분통을 터뜨렸다.
조슈아 웡은 지난 24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452명을 선출하는 구의원 선거에 1천여 명의 후보가 출마해 모두 후보 자격 허가를 받았는데,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도 나의 후보 자격 여부만 통보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홍콩 정부가 공정 선거를 파괴하려는 것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어긋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로라 량 주임은 25일에도 조슈아 웡에게 질의서를 보내 홍콩 매체 'am730'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자결을 거론한 점 등을 들어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조슈아 웡은 페이스북 글에서 "나는 나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으며, 이는 일국양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나에 대한 언론 보도가 수천 개에 달하는데 이 모든 것을 문제 삼는다면 나의 후보 자격 심사는 언제 끝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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