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심화·송환법 공식 철회' 등에 시위 동력 점차 상실
시위 지나친 과격화로 일부 시민 등 돌린 영향도 있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해온 주말 시위가 21주째를 맞은 가운데 시위 참여 인원이 크게 줄어 홍콩 시위 사태가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천 명의 홍콩 시민들은 홍콩 최대의 관광지인 침사추이 지역의 솔즈베리 가든에서 경찰의 폭력 행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경찰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 과정에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곤봉으로 구타하는 등 수차례 폭력을 행사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또한, 경찰이 지난 20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파란색 염료를 섞은 물대포를 홍콩 최대 이슬람 사원인 '카오룽 모스크' 정문에 발사한 것도 강하게 비난했다.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와 가면 등을 쓰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 등 '화학무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침사추이 지역의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에 나서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 해산에 나섰다.
이에 시위대는 몽콕, 토카완, 왐포아, 야우마테이 등의 지역으로 흩어져 화염병과 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이날도 시위대는 격렬한 반중 정서를 드러내 중국 본토 기업 소유 체인점인 '베스트마트 360'과 친중 재벌로 비판받는 맥심그룹이 홍콩에서 운영권을 가진 '스타벅스' 점포 등에 들어가 기물을 파손했다.
시위대는 삼수이포 경찰서, 충사완 정부청사 등에도 화염병을 던졌으며, 일부는 성조기나 영국 국기, 대만 국기 등을 들고 있었다.
이날 쿤퉁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프린스에드워드 시위 진압 희생자 등을 추모한다면서 종이학 접기 추모회를 벌였다.
지난 8월 31일 경찰은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은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에 곤봉을 마구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후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홍콩 정부와 경찰, 소방청 등이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설을 부인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이날도 시위대가 격렬하게 경찰과 충돌했지만, 시위대 인원은 수천 명 수준에 불과해 이전보다 시위 참여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6월 9일 100만 명, 6월 16일 200만 명, 8월 18일 170만 명 등 100만 명을 넘는 집회가 3차례나 열리고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시위도 수차례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줄었는지 알 수 있다.
시위 참여 인원이 줄어든 데는 시위 장기화로 인해 관광, 운송, 호텔, 금융 등 여러 경제 부문이 타격을 받으면서 홍콩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상당수 시민이 등을 돌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은행이나 점포, 지하철역 등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마구 파손하는 등 시위가 지나치게 과격해진 것에 반감을 가지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더구나 홍콩 정부가 지난 23일 이번 시위 사태의 근본 원인인 '범죄인 인도 법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도 시위 동력이 떨어지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의 한 잡화상 주인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매출에 타격이 너무 크다"며 "지나치게 과격한 시위를 보고 있으며 시위대가 바라는 것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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